“평양 전자 결제 확산 … 주민들 대부분 카드 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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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전자 결제 나래카드를 발급받았는데 택시나 휴대전화 요금 지불에도 쓸 수 있었습니다. 현재 평양의 거의 모든 주민들이 이 카드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인 일본경제연 부본부장
“차량 늘어 퇴근 시간엔 정체현상
북 경제 최악의 시기는 지난 느낌”

 지난달 22~29일 북한의 평양·원산 등을 다녀온 이주인 아쓰시(伊集院敦·사진) 일본경제연구센터 연구본부 부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에 전자결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은행이 발행하는 나래카드는 은행 계좌 없이도 외화를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그는 “고려호텔에서 나래카드를 발급해 평양시내 쇼핑센터에서 운동화를 사기도 했다”며 “지하철 요금도 카드 결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으로선 주민들의 카드 결제로 장롱 속 외화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1997년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 18년만에 평양을 찾은 그는 “공항·거리·상점을 둘러보면서 북한 경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리에는 차량이 늘어 아침과 저녁에는 정체현상도 벌어졌고, 녹색과 청색 등 여러 색깔의 택시가 등장해 경쟁하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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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역은행이 발행하는 나래카드. [중앙포토]

 이주인 부본부장은 “김정은 정권이 ‘인민생활 향상’을 내걸어 군수공업 부문에서도 생활 필수품의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 자주권이 확대된 기업끼리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5·30 담화’를 통해 공장·기업·협동단체들이 실질적 경영권을 갖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중국의 지원, 지하자원 해외 판매, 노동력 수출 등 여러 요소가 합쳐져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지시해 2013년에 완공된 원산시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숙박 호텔이 러시아풍으로 지금까지 중국인을 비롯해 약 3만 명이 이용했다”며 “북한은 평양 고려호텔에서 마식령까지 직통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군용이었던 원산의 갈마비행장을 민간용으로도 쓸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은 이 지역 일대 개발을 위한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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