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金·文 성과 없는 ‘무승부’ … 정국 경색 계속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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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호 3 면

이번 청와대 여야 지도부 회동은 그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가 애매할 정도로 밋밋하게 끝났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관전평이다.


회동 결과를 놓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이 우세하다. 모처럼만의 여야 회동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부른 쪽에 책임이 더 크다”(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유다. “대통령으로선 정국 전환을 위해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의미 없이 먼저 써버렸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회담이란 모종의 결과를 얻기 위한 전향적인 입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회동을 제안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 수행에 필요한 야당의 협조를 잃은 데다(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 정기국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상황만 악화시켰다(강원택 교수)는 평가다. 대신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둔 게 득이라면 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국정교과서 프레임 구도를 진보 대 보수로 확실하게 짜면서 지지세력이 결집했다”고 평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존재감이 없었던 게 흠으로 지적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대화 내내 청와대와 야당의 가교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철희 소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싶어 아부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대리 통치하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은 차기 대선 주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다만 “국정교과서와 전략공천 문제를 구분해 투 트랙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점은 김 대표가 거둔 성과로 꼽힌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문제에서 비롯된 당내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당·청 화합의 계기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신율 교수)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당내 분란을 봉합하고 야권이 결집하는 효과는 이미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국정교과서 정국의 한가운데에 세운 것은 성공적”(신율 교수)이란 점에서 “그간 당 내부에서 시달려 온 것에 비하면 자기 정치는 이만하면 잘한 것”(이철희 소장)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별 성과도 없는 회동에 들러리만 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굳이 청와대 회동이 아니었어도 됐다”(김만흠 원장)는 것이다. “교과서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고 했다면 전략적 판단을 잘못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박성민 대표는 “이미 결과가 예견된 상황이라면 자신만의 확실한 메시지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회동 이후 정국은 오히려 냉랭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3일 여야 원내대표 등 ‘3+3 회동’에 불응키로 한 데 이어 27일 있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참여 여부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강성 기조에 대해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의 철통 절벽 같은 모습에서 강경 투쟁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정국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정기국회 내내 모든 민생문제에 대한 논의가 멈춰 서게 됐다”고 말했다. “만난 뒤 관계가 오히려 멀어졌으니 안 만나느니만 못한 것”(강원택 교수)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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