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고용사유 제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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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의 비정규직 법안 논의와 관련, 임시.계약직 등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때 사용 사유를 제한할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인권위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이어 여당 일각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움직임이 나오자 정부와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 제한이란 ▶출산.육아 등으로 대체 근로가 필요하거나▶고용 변동이 심한 계절적 산업▶생산량이 갑자기 급증한 경우 등 기간제 근로자를 쓸 수 있는 특별한 경우를 명시하고 이외에는 쓸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인 이목희 의원은 17일 "사용 사유를 대폭 확대한다는 전제아래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노사정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지만 사용 사유를 대폭 늘린다면 경영계도 수용이 가능한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뉴스 분석] 비정규직법안 실효성 가를 변수 어디까지 명문화할지가 문제

비정규직 법안에 사용 사유 제한 조항을 삽입할지를 놓고 노사정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조항이 법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해 놓은 비정규직 법안은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용 사유 제한에 관한 내용은 없다.

노동계는 이런 법안으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급증에 따른 노동계 전체의 고용 불안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인권 침해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 급증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근로자는 2000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2001년 183만 명에서 4월 현재 400만 명 정도로 급증, 가장 대표적인 비정규직 형태로 떠오른 상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프랑스처럼 계절적인 산업이나 임신.출산.육아 등 대체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비정규직의 급팽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와 노동부는 사용 사유 제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경총은 "사용 사유를 제한할 경우 기업들이 기간제 근로자 고용을 꺼려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사용 사유 제한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2년 동안 논의하면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난제"라며 "사용 사유를 늘릴 경우 사유를 열거한 내용만 책 한 권이 될지도 모르는데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 문제의 해법은 사용 사유의 구체적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명문화할 것인가에 대한 노사정의 합의에 달려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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