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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학평가] 논문 피인용 1위 정운채 ‘문학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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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운채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머물렀던 문과대 연구동 205호에선 언제나 은은한 커피 향이 배어 났다. 정 교수는 2013년 11월 58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이곳에서 제자나 동료에게 손수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주며 고민을 상담했다. 그는 사람들의 고민을 문학의 힘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문학치료학’을 개척한 학자였다. 학교·교도소·환자 시설 등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실용적 학문이다. 학과 후배 교수인 황혜진 교수는 “205호가 문학치료의 현장이었다”고 회고했다.

2013년 숨진 전 건국대 교수
암 투병 중 논문 14편 남겨
저서 1위는 성낙인 ‘헌법학’
번역서는 김태환 ‘피로사회’

 정 교수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문학치료학 분야의 국내 학술지에 논문 14편을 남겼다. 2011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을 하면서도 연구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이 논문은 다른 학자들이 쓴 후속 논문에 171회 인용됐다. 인문계열 교수 5844명 중 피인용 수 1위다. 황 교수는 “연구 좀 줄이시라고 말씀드리면 ‘죽는 것도 사는 것처럼 해야 한다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본지는 올해 대학평가에서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국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의 질(피인용)과 저서·번역서의 발간 실적, 저·역서의 질(피인용)을 평가했다. 한국연구재단이 보유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자료를 분석했다. 인문·사회계열 교수의 연구 질이 평가된 것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연구재단 김소형 박사는 “이공계열은 국제학술지 논문으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문·사회계열은 국내 논문과 저·역서 실적을 통해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2010~2013년 발간된 국내 서적 중에서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쓴 『헌법학』이 다른 연구자에게 가장 많이 인용됐다. 416회 인용돼 법학 분야 1위이자 전체 1위다. 경영·경제학은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재정학』, 사회과학은 정정길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의 『정책학원론』, 인문학에서는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가 번역한 『피로사회』 (저자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 예술에서는 권영걸(전 서울대 미대 교수) 한샘 사장이 쓴 『공간디자인의 언어』가 1위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박유미·남윤서·현일훈·노진호·백민경 기자, 심송진·구세미·이화 연구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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