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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뉴스] “아악” 비명에 코드제로 사이렌 … “위치추적, 긴급 출동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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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112 신고를 하면 3단계 과정을 거쳐 경찰이 출동하게 된다. ① 단계: 서울경찰청 112 종합상황실 경찰관이 신고자와 통화하며 내용과 위치를 파악해 시스템에 입력한다. ② 단계: 입력한 신고 정보가 현장 근무 중인 경찰관의 스마트폰과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표시된다. ③ 단계: 사건 발생 지역 관할 경찰서를 통해 가장 가까운 순찰차에 무전으로 출동 지령을 내린다. [액션캠 영상 캡처]

“삐이이익~.” 19일 오후 10시16분. ‘C0(코드제로)’ 상황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동시에 모니터의 붉은 표시등에 불이 들어왔다. 조용하던 330㎡(100평) 규모 서울경찰청 112 종합상황실 안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서울경찰청 112 종합상황실
신고 즉시 경찰서·지구대로 하달
코드제로 뜨면 만사 제치고 가야
50여명 팀 이뤄 12시간씩 근무
하루 1만2000건 … 자정 전후 피크
“택시승차 거부” 등 단순 신고도

 “아아아악. 헉헉.” 상황실 근무 경찰관이 들고 있는 수화기 너머로는 한 중년 여성의 외마디 비명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라고 신속하게 물었으나 급박한 탓인지 대답은 없었다. 비명 소리만 계속됐다. 무언가를 내리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1분 넘게 이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내용 확인 불가’라는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했다. 그러자 종합상황실 한쪽에 있던 근무자들이 무전으로 지령을 내렸다.

 “긴급히 현장 주변 확인 바랍니다.” 지도엔 신고자의 휴대전화 기지 위치가 표시됐다. 지하철 6호선 보문역 주변이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지구대 소속 순찰차 3대가 모두 현장으로 향했다. 다른 사건을 처리 중이더라도 ‘코드제로’가 뜨면 현장으로 가는 게 원칙이다. 막상 가 보니 아버지와 딸이 술에 취해 다투고 있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관이 싸움을 뜯어말리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긴급상황치고는 큰일 없이 넘어간 셈이다. 한숨 돌린 윤상식 팀장이 말했다.

 “월요일인 데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요즘은 신고가 좀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되죠. 신고도 파도처럼 밀려와요. 없을 때는 없다가도 밀려들 때는 순식간에 몰립니다.”

 윤 팀장은 50여 명의 팀원들과 함께 이날 오후9시부터 12시간 동안 서울경찰청 종합상황실을 책임진다. 서울시내의 모든 112 신고가 이곳을 거쳐 각 경찰서와 관할 지구대·파출소로 하달된다. 처리하는 신고 건수만 하루 평균 1만2000건. 1년으로 환산하면 매년 441만 건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1878만 건의 신고 가운데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게 24%다. 신고가 가장 많은 피크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2시. 경찰서별로는 송파·영등포·강서·관악·마포경찰서 순으로 많다. 지구대와 파출소 가운데는 마포 홍익지구대와 강남 도곡지구대가 가장 많다.

 112 긴급전화는 1957년 9월 서울과 부산에 비상 전화기를 설치한 게 시초다. 이후 90년 전국 118개 도시로 확대됐다. 종합상황실은 2012년 오원춘 사건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졌다. 각 지방경찰청 신고센터의 명칭이 112 종합상황실로 개편됐다. ‘C1(코드원)’~‘C3(코드스리)’로 나뉘어 있던 중요도 분류에 ‘C0(코드제로)’도 추가됐다. 숫자가 낮을수록 긴급 출동 사건이다. 신고 접수 중이던 한 경찰관은 “코드 번호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내용을 듣고 직접 정한다”고 했다.

 이곳 경찰관들의 업무 긴장도는 다른 데보다 높다. 계급은 경사 이상, 6년 이상 경력과 3년 이상의 현장 근무 경험이 있어야 상황실 근무를 할 수 있다. 일단 선발돼도 매일 녹취 파일을 통해 평가를 받는다. 분기별로 상황 대처 매뉴얼 테스트도 받는다. 월 1회 받는 모의 테스트 성적은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1등부터 꼴찌까지 적시해 게시판에 올린다.

 1분1초를 다투는 탓에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도 큰 편이다. ‘단 1초도 신고자에게는 애타는 시간’이라는 상황판 표어처럼 상황실 근무자들은 범인이 아닌 ‘시간’과 싸운다. 책상 앞에 놓인 모니터 3개에는 통화 대기 중인 경찰관과 통화 중인 경찰관의 숫자가 초 단위로 표시된다. 직원 50% 이상이 통화 대기 중이다가도 몇 초 지나지 않아 모든 회선이 통화 중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9~20일 사이 폭행·절도·성폭력·강도 등의 강력사건 신고는 거의 접수되지 않았다. ‘가족이 돌아오지 않았다’거나 ‘택시가 승차 거부를 했다’는 신고가 주였다.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다가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한참을 얘기해 놓고 “그냥 신고 안 하겠다”며 끊는 신고자도 있었다. ‘택시가 제대로 목적지에 내려주지 않았다’고 신고한 시민은 “출동한 경찰관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다”며 30분 넘게 항의하기도 했다. 윤상식 팀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장난전화는 전체 신고의 0.1%도 채 안 돼요. 굳이 경찰에 신고할 일이 아닌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부분만 개선되면 신고가 집중될 때 과부하가 덜하겠죠.”

취재·액션캠 촬영=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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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면·디지털 융합콘텐트 ‘액션뉴스’의 다섯 번째 현장은 ‘서울경찰청 112신고센터’입니다. 취재기자가 ‘액션캠’으로 촬영한 현장 영상은 중앙일보 PC·모바일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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