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연아야, 네 옆에서 나도 꿈꾸게 됐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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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트레이너에서 경찰이 된 장남진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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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장남진씨는 34세 늦깎이 순경이다. 경기 여주경찰서 정보보안과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경찰이 됐다. 2009년 시작된 그의 도전은 5년 만에 결실을 봤다.

 그의 전직은 스포츠 선수의 재활 트레이너였다. 2006년부터 3년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의 재활을 담당했다. 김 선수가 대회나 전지훈련을 갈 때면 24시간 함께 생활했다. 스트레칭과 마사지 등으로 김 선수가 다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까이서 지켜본 김 선수는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불평불만이 없었어요.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맞춰 훈련하고 목표에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모습에 감동하였죠.”

 그가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 건 김 선수를 보면서다. 자신도 국민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김 선수도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았겠어요. 먹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다 참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 했어요. 그 뼈를 깎는 노력을 보며 한 시간도 허투루 살면 안 된다 생각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을 1년 앞둔 2009년 초, 장 순경은 오랜 꿈이던 경찰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처음엔 너무 늦게 시작한 건 아닌지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다. 책상 앞에 너무 오래 앉아있느라 무리해서 고관절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체력시험을 앞두고 있던 때라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시험을 치렀다.

 2013년도 경찰시험에선 최종에서 불합격했다. 당시엔 힘들었다. 하고 싶은 모든 걸 참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시작했다. “고비마다 김 선수와 가족과 김 선수를 떠올렸어요.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꿈을 이룬 장 순경은 현재 여주경찰서에서 집회 현장의 여성 안전과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여성을 위한 범죄예방 교육 등을 맡고 있다.

 “누구나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는 것 같은 때를 만나게 되죠. 저도 꿈을 이루기에 너무 늦었나, 포기해야 하나 고민한 적 많았습니다. 누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결실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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