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스타크래프트2 세계 챔피언이 승부조작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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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서울 강남구의 스타크래프트2 경기장. 한 때 세계챔피언이었던 최모(22)씨의 경기가 열렸다. 그는 '테란'이란 종족을 택해 상대방의 '저그' 종족과 싸웠다. 처음엔 최씨가 우세했다. 상대방 본진까지 쳐들어갔다. 하지만 승리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공격이 재빨리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 상대방이 역습을 했고, 결국 경기는 7분 만에 상대의 승리로 끝났다. 해설자는 "이건 테란 선수(최씨)의 실책"이라고 말했다. 경기 직후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결과가)개운치 않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 날 게임이 끝난 직후 부산의 한 PC방.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환호성이 터졌다.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최씨가 질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가 따게 된 이들이 내지른 소리였다. 이들은 "스타크래프트 도박을 하니 ㅇㅇPC방으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고 이 곳에 왔다. 이곳엔 유독 돈을 딴 참가자들이 많았다. 승부가 어찌될 것인지 미리 귀띔을 받고 돈을 건 이들이었다.

돈을 받고 스타크래프트 게임 승부를 조작한 선수와 감독·브로커가 검찰에 적발됐다. 배후에는 거는 불법 도박 조직이 있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상진)는 19일 승부 조작 혐의(배임수재 등)로 스타크래프트2 전 세계챔피언 최씨를 비롯한 선수 2명과 최씨 소속팀 감독 박모(31)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돈을 주고 승부조작을 의뢰한 전주 두 명과 브로커 네 명 역시 구속기소했다. 달아난 브로커 1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올 1~6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리그전 다섯 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전 세계챔피언 최씨는 대가로 3000만원을, 또다른 선수는 500만원을 받았다. 감독 박씨는 1000만원이었다. 돈은 부산과 경북의 폭력조직원이 댔다.

선수들은 처음 한 두 차례 승부를 조작했다가 나중에 조작 제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브로커들이 “과거 조작을 폭로하겠다”고 해 계속 조작에 가담하게 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주와 브로커들은 승부조작 경기가 정해지면 회원을 모집한 뒤 PC방 등을 통째로 빌려 도박을 벌였다. 전주와 브로커들은 도박 참여자들에게 '입장료'를 받았다. 때론 지인들에게 조작된 승부 결과를 알려주고 수수료를 챙겼으며, 직접 도박에 참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이 입장료나 수수료·배당금으로 얼마나 돈을 챙겼는지 조사 중이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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