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기적의 역전…PO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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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클 두산'이 돌아왔다. 두산이 7점 차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두산은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PO(5전3승제) 4차전에서 11-9로 이겼다. 2-9 열세를 뒤집은 두산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 사상 최다 점수차 역전승을 기록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만든 두산은 정규시즌 2위 NC와 PO(5전3승제)를 치른다.

두산은 2회 초 최주환·로메로의 연속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았고, 김재호의 적시타를 더해 2-0으로 앞섰다. 그러나 PS에서 처음으로 등판한 선발 이현호가 3이닝(3실점·2자책)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이어 등판한 노경은도 2-2이던 4회 말 2사 1·2루에서 9번타자 박동원에게 2타점 2루타를 내줬다. 고종욱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점수는 5-2가 됐다. 박동원은 5회 말에도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넥센은 6회 말 9-2까지 달아났다.

두산은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넥센을 추격했다. 7회 초 2사 2·3루에서 김재호가 넥센 선발 양훈으로부터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6과3분의2이닝 4실점(3자책)한 양훈은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은 7회에도 손승락을 공략해 1점을 추가했다. 5-9. 그래도 승부의 추는 여전히 넥센에 기울어 있었다.

두산은 기적의 9회를 만들었다. 9회 초 선두타자 오재원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고, 김재호가 좌전안타를 날려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정수빈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1사 1·2루가 되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최후의 카드로 마무리 조상우를 투입했다. PS 4번째 등판. 두산 타자 중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허경민은 1타점 좌전안타를 때려 역전의 불씨를 살렸다. 당황한 조상우는 오재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다. 4번타자 김현수는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8-9.

분위기는 순식간에 두산으로 넘어왔다. 양의지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좌중간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다. 넥센 좌익수 문우람이 전력질주해 공을 쫓았지만 타구는 좌중간을 갈랐다. 넥센 수비수들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김현수와 대주자 장민석까지 홈을 밟았다. 10-9 역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준PO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팀 승리도 중요하지만 어린 선수(조상우)가 너무 많이 던졌다"며 조상우와 염 감독을 자극했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을 던진 조상우를 흔드는 말이었다. 조상우는 준PO1차전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주며 동점을 허용했고, 4차전에서 또 다시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조상우는 10-9에서 최주환 타석 때 폭투로 추가점을 준 뒤 쓸쓸히 마운드를 떠났다.

넥센의 올 시즌이 끝났고 넥센의 '목동시대'도 막을 내렸다. 2008년 창단과 함께 목동구장을 쓴 넥센은 내년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길 예정이다. 또한 5회 솔로홈런을 때린 넥센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넥센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 마무리 이현승은 9회 등판해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고 승리를 지켰다. 이번 시리즈에서 1승 2세이브를 거둔 두산 이현승은 준PO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PO 1차전은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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