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연의 세계 일주] 아랍의 일부다처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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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이란.이집트.소말리아.알제리.수단.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이 나라들의 공통점이 무어냐고? 필자가 여행하며 현지인의 '진지한' 청혼을 받았던 나라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모두 이슬람 국가라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규범인 일부일처제. 이것이 아주 당연하게 무시되는 지역이 있으니, 바로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한 남자에게 네명의 아내까지 허용했는데, 이것이 실제로 네 명에서 끝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넷이란 '이슬람교도에 한해서'라는 말씀. 고로, 종교가 다르거나 (현대에는 없지만) 노예일 경우, 열이든 백이든 능력 되는 대로 첩을 둘 수 있다. 그러니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수없이 프로포즈를 받은 여성 여행자들이여, 그대들은 자만할 것이 아니로다. 이교도인 그대를 첩(!)으로 맞이하려고 치근거린 것에 불과하니.

일부다처제에 군침을 삼키는 남자분들, 실상을 알고 나면 그다지 부럽지 않을 터이다. 이슬람 초기, 포교를 위한 전쟁으로 양산된 수많은 과부와 고아를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호메트는 아내 넷을 두는 것을 허용, 아니 권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 네 사람의 아내를 어떻게 잘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법규 또한 만만치 않다. 네 부인을 한 집에 살게 해서는 안 되고 부인들 사이에 시기와 질투가 생기지 않도록 골고루 사랑(?)해 주어야 했다. 법이 엄격하게 적용될 때에는 의무 방어전(?) 횟수까지 지정되기도 했다! (최소 일주일에 한번이란다.)

생활비 또한 자녀수에 따라 골고루 지급해주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부인은 남편을 고발, 시정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방문 횟수와 생활비 지급이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법정에 섰던 남편들을 상상해보라! 이런 이유로, 지위가 아주 높거나(사회적 체면을 고려해 고발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재력가(돈으로 때울 수 있을 만큼) 아니면, 정말 정력이 왕성한 (네 부인 모두의 황홀한 밤을 책임져주는?) 남자가 아니면 아내를 넷까지 두기는 사실상 힘들었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근래의 사정은 어떠하냐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들 평범하게 아내 하나로 만족하고 산다. 이집트에서 만난 나일강 뱃사공 카림. 마누라가 하나뿐이라는 그에게 물었다. 넷까지 둘 수 있다면서 왜 당신은 하나밖에 없냐고. 영어가 매우 서툰 그는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One wife, one problem! Two wife, two problem!"(마누라가 하나면 문제도 하나, 마누라가 둘이면 문제도 둘이죠.)

재치있는 대답에 박장대소. 그럼 "No wife이면 No problem 이겠네?"라는 내 질문에 그는 또 진지하게 답변했던 것이다.

"NO wife, no fun."(마누라가 없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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