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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지도부, 북한의 중국군 희생자 묘 참배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중 관계 회복을 위해 '선열 외교'를 펼쳤다. 양국 혈맹 관계를 자극해 경색된 북중 관계를 풀어보자는 중국 특유의 외교 행보다.

류 상무위원은 11일 오전 평양에서 70㎞가 떨어진 평안남도 안주시를 찾았다. 그를 수행한 방북 대표단과 주북한 중국 대사관 직원, 북한 내 화교 대표, 중국 유학생 등 200여명과 함께 했다. 그리고 안주시 사원후(史元厚)산에 조성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참배했다. 능원에는 6·25 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중국 인민지원군 1156명의 유해가 묻혀있다. 이 산의 이름은 1953년 12월 물에 빠진 북한의 어린 아이를 구하려다 희생된 중국군 병사 '스위안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능원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개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류 상무위원은 기념사를 통해 "이곳은 양국 우의를 증명하는 중요한 시설이다. 영웅과 열사를 기념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류 상무위원은 평양에 있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에는 6·25 당시 중국군 전쟁 관련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 대지 면적은 15만㎡에 달하고 전시관만 27개가 있다. 그는 그는 전시관 참관에 앞서 방명록에 '선열의 유지를 계승해 함께 찬란한 미래를 건설하자(繼承先烈遺志共創美好未來)'는 글을 남겼다. 6·25 당시 함께 싸웠던 혈맹 관계를 잊지 말고 양국의 우호를 강화하자는 의미다.

그는 기념관 참관 대부분의 시간을 중국인민지원군 전시관에서 보냈다. 이곳에는 전쟁 당시 중국군 사령관이었던 펑더화이(彭德懷)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으로 전쟁에 참여했다 사망한 마오안잉(毛岸英) 등의 전쟁 활약상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다. 펑 사령관의 러시아 통역으로 참전했다 1950년 11월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마오안잉은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묻혀있다. 지난 4월에는 리진쥔(李進軍) 주 북한 중국대사가 부임 후 첫 일정으로 마오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류 상무위원은 북한 안내원에게 당시 전쟁 상황과 중국군의 활약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특히 마오안잉의 사망 경위와 현재 묘지 관리 등에 관심을 보였다. 류 상무위원은 4일 동안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12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의 인터넷 매체인 펑파이(澎湃)는 12일 "류 상무위원이 바쁜 일정에도 중국군 능원과 전시관을 방문한 것은 과거 양국 선열들의 혈맹 관계를 일깨워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우의를 다져보겠다는 특별한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는 냉각된 상태다.

6·25 당시 중국은 240만 명의 병력과 전투보조인력을 보냈으며 이중 20만 명이 사망했다. 현재 북한에는 수십여 곳에 중국군 묘지가 있으며 여기에 10만5000여 유해가 묻혀있다. 중국과 북한은 2011년부터 공동으로 북한에 산재한 중국군 묘지 발굴과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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