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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옛터’만월대, 남북 손잡고 600년 잠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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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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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이 막을 올릴 북측 전시장인 개성 고려박물관(성균관) 내부와 만월대 모형. 이번 전시를 위한 임시전시관을 짓고 남측이 지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중앙포토]

고려의 옛 왕궁 터 ‘만월대’(滿月臺)가 600여 년 만에 남과 북에서 동시에 깨어난다. 문화재청과 통일부는 광복 70년을 맞아 개성 만월대에서 남북이 함께 발굴한 유물의 서울·개성 공동 전시회와 학술회의를 연다고 11일 발표했다.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남북에 흩어진 유물이 만나기에 문화재의 이산상봉이라 할 만하다. 8년 전부터 남북이 함께 발굴한 유물을 내보이는 최초 전시, 남북이 분단 62년 만에 동시에 개최하는 첫 전시라는 뜻도 크다.

서울·개성 공동 전시·학술회의
8년간 함께 발굴한 유물 첫선
디지털 기술로 ‘문화재 이산상봉’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 및 개성 학술토론회’는 먼저 서울에서 시작한다. 13일 오후 7시 서울 효자로 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식을 열고 14일부터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개성에서는 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고려박물관(고려성균관) 별도 전시장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5일에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위원장 최광식)가 중심이 돼 남북 전문가가 참가한 학술토론회도 개최된다. 2007년 첫 삽을 떴으나 2011년 이후 남북관계 상황으로 3년여 중단됐던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 사업은 지난해 7월 재개된 뒤 올해는 180일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발굴이 진행 중이다.

 만월대는 한반도에 통일국가를 세운 고려(918~1392)의 심장 구실을 한 유적지로 북한 국보 문화유물 제12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개성 시내 서북쪽 송악산의 경사에 자리 잡은 궁궐터로 고려가 지녔던 개방의식과 문화적 저력을 엿볼 수 있다.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해…”로 시작하는 옛 노래의 황성옛터가 고려 만월대를 가리킨다. 정전(正殿)이었던 회경전과 건덕전, 임금이 거처하는 편전(便殿)인 선정전과 문덕전 등 수십 채 전각이 있었다. 서쪽에 있는 북한 국보 문화유물 제131호 ‘개성 첨성대’는 천문관측 기구를 올려놓았던 축대로 현재는 화강석 기단 부분만 남아있지만 그 규모로 보아 고려의 앞선 과학기술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다.

 공동 발굴한 문화재는 하나일 뿐인데 어떻게 남북 동시 전시가 가능할까. 답은 디지털 기술이다.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을 볼 수 있는 HMD와 벽 전면을 활용한 이미지 월, 3차원 입체영상 홀로그램 등으로 관람객이 만월대 발굴조사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린다. 일제강점기에 출토돼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접시·막새·잡상 등 100여 점은 실물로 볼 수 있다. 개성 출신 미술사학자 고유섭(1905~44)이 개성박물관장 시절에 실측한 지도와 각종 자료가 만월대 복원에 큰 구실을 했다.

 남과 북이 손잡고 만든 고려 문화재 전시회는 통일 국가의 오래된 미래를 함께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분단 유물이 나란히 모인 앞에서 고려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하나 될 남북 관람객에게 만월대는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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