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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에 가지타·맥도널드…일본, 생리의학상 이어 연이틀 수상

중앙일보

입력

 
'신비의 입자'로 불리던 중성미자(中性微子· 뉴트리노)에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우주의 비밀을 푸는 데 기여한 과학자들이 올해의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됐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카지타 타카아키(梶田隆章ㆍ56) 도쿄(東京)대 교수와 아서 B 맥도널드(72) 캐나다 퀸스대 명예교수를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중성미자의 질량을 확인해 우주의 근원인 물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이끌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5일 발표한 노벨생리의학상에 수상자 3명 중 한 명도 일본 학자였다. 노벨물리학상은 지난해에도 일본인 연구자들이 받았다.

올해 수상자로 지명된 두 학자는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처럼 전기를 띄고 있지 않아 중성미자로 불리는 이 소립자는 유령 같은 존재다. 1930년대 무렵부터 물리학계에선 이 입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50년대에 포획법이 발견되면서 핵발전소 등에서 존재가 확인됐다.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중성미자를 만들어 내는 건 태양이다. 이 소립자는 양성자와 결합해 중성자가 된다. 태양은 수소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만든다. 수소 원자 4개를 합쳐 헬륨 원자 1개를 만드는 데 이 과정에서 중성미자가 발생한다.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는 지금 이 순간에서 사람들의 몸을 뚫고 지구를 지나치고 있다.

물리학계에선 중성미자의 질량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왔다. 질량이 제로(0)이라는 주장과 미약하지만 질량이 있다는 주장이 맞선 채 그 누구도 질량을 측정하지 못했다. 카지타 교수는 98년 일본 기후(岐阜)현 폐광산에 묻혀 있는 중성미자 검출기 카미오칸데를 통해 질량을 확인했다. 맥도날드 교수는 원자로 중수(重水ㆍ중수소와 산소의 결합한 물)를 이용해 질량 측정에 성공했다.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물리학과)는 “중성미자의 질량 확인은 소립자 물리학에선 큰 발견으로 입자 연구에 있어 커다른 진전”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정현식 교수(물리학과)는 “이론의 여지 없이 노벨상을 받을만 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중성미자는 ‘노벨상 제조기’로 불린다. 존재가 확인된 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관련 연구자들에게 노벨상을 안겨줬다. 중성미자는 아무런 장애없이 지구를 관통할 수 있어 미래의 통신수단으로 연구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 연구진이 이를 이용한 통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초에 1비트(bit)를 전송할 수 있는 속도지만 성공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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