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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GDP 40% 자유무역 블럭…일본 차 업계 최대 수혜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진행된 TPP 참가국 각료급 회담이 마침내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TPP엔 미국, 일본, 멕시코, 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한다. 참가국들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국내총생산 기준)은 40%에 육박한다. 서로 다른 무역장벽을 가진 나라들을 하나로 엮는 메가FTA로는 처음이다. 상품 관세 장벽을 대폭 철폐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와 투자, 지적재산권까지 최신 무역이슈가 망라된 높은 수준의 FTA다.

 돌이켜보면 지루한 협상이었다. 2005년 칠레, 브루나이, 뉴질랜드가 협상 깃발을 든 이래 10년이 걸렸다. 미국이 2008년 가세하고 일본이 2013년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 속도를 높이지 못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인 공화당과 손잡고 미 의회의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확보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내의 농민·노동계 반발을 무릅쓰고 TPP에 ‘올인’한 것도 협상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미국과 일본이 TPP의 최대 지분을 갖게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TPP는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로 불리는 글로벌 생산 구조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수혜주는 역시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3위 일본이다. 일본은 특히 자동차 부품과 자동차 산업에서 혜택을 입게 될 전망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부품의 최대 82%에 대해 TPP 발효 즉시 관세(2.5%) 철폐 효과를 보게 됐다.

연간 5000억원의 관세 부담이 준다. 10년에 걸쳐 관세(대형차 기준 연 70%)를 없애게 되는 베트남과 캐나다(6%) 시장에선 자동차 산업이 득을 본다. 미국은 대신 자국 농축산물 수출 길이 넓어지게 됐다. 미국산 쌀은 앞으로 13년에 걸쳐 연간 7만t까지 일본
에 무관세 수출을 하게 되며, 쇠고기에 대한 관세는 38.5%에서 9%까지 내려간다.

 TPP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으로만 보는 것은 단선적이다. 아태 지역엔 G2인 미국과 중국이 있다. 그러나 TPP엔 중국이 포함돼 있지 않다. 자유화의 성격과 수준상 중국의 가입이 단기간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TPP 타결로 미국은 아태 지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 됐다.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왔다. 중국은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호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RCEP)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더디다. 개도국에 대한 배려 때문에 수준 높은 개방이 합의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PP와 RCEP을 아우르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가 중국의 구상이지만 실현 단계까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TPP엔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 시장 주도권 다툼이라는 측면도 있다. 한국이 빠진 TPP에서 일본은 독보적인 중간재 생산국 지위를 누릴 수 있다. 후지쓰 연구소의 마틴 슐츠 선임경제학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시장개방과 자유화를 거론하며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파트인 구조개혁은 기본적으로 모두 TPP와 연관돼있다”고 지적했다. TPP가 한국의 국가전략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세종=조현숙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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