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내가 왜 사과하나 … 국민에게 공천권 돌려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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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9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전격 회동해 안심번호를 이용한 공천 방식에 합의한 후 나흘 만에 다시 한자리에서 만났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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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천제는 포기 못하고, 전략공천은 용납 못한다. 그러나 더 이상 저질 공방은 하지 말자.”

전략공천 불가 배수진
“청와대에 또 꼬리 내렸다” 지적에
측근 “국민공천제 절대 양보 안 해”
“자잘한 룰엔 무대응” 장기전 태세
명분서 우위 판단, 전면전은 자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1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통화에서 했다는 말이다. 김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2일 대화 내용을 이렇게 요약해서 전했다. 이 측근은 김 대표와 현 수석의 통화를 두고 “김 대표가 청와대에 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자 “그렇지 않다.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를 고수하고 (무경선 낙점형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두 가지 원칙을 청와대에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던 김 대표는 이날 당무에 복귀하면서 기자들과 만났다. 김 대표는 현 수석과의 통화가 ‘청와대에 대한 사과’로 비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준다는 것에 전략공천이 포함될 수 있나.

 “당헌·당규상 전략공천제도는 없다.”

 -일부 친박계는 당헌에 있는 ‘우선공천’을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전략공천은 옳지 못한 제도라 생각한다.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어제 현 수석과의 통화에서 사과했나.

 “(버럭 하며) 누구한테 사과를 하나? 무슨 그런 질문이 있나.”

  김 대표와 현 수석의 통화를 지켜봤다는 한 의원도 “김 대표는 ‘4대(노동·금융·교육·공공부문) 개혁 등 여권이 할 일이 태산인데 국민 앞에서 권력투쟁하는 꼴은 더 이상 보이지 말자’고 ‘신사협정’을 제안한 것”이라며 “서로 비판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이지 말자는 것이었지, 꼬리를 내린 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공천룰 싸움은 지루한 게임이다. 김 대표가 장기전 모드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제 안심번호 공천 같은 기법이나 자잘한 공천룰에 대해선 일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 즉 공천권을 내려놓겠다는 원칙만은 분명히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측근들도 “다른 문제는 몰라도 국민공천제만큼은 김 대표가 절대로 청와대에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측근은 “앞으로도 김 대표를 흔들기 위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겠지만 김 대표는 직접 대응하지 않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만 쥐고 장기전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전날 가까운 의원 5~6명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함께 가야 한다. 나는 이미 공천권을 내려놓았으므로 더 이상 불필요한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휴대전화엔 ‘강공’ 메시지=이날 오전 한 인터넷 언론은 김 대표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강공’을 조언하는 문자메시지였다. 유명 정치 컨설턴트 K씨는 이 문자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반납할지, 대통령과 일부 세력이 행사할지에 대한 초유의 민주주의 수호투쟁이 시작됐다. 그리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말 동안 정병국(의원)·원희룡(제주지사)·남경필(경기지사)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하는 게 어떤지요”라고도 했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사진)도 공개됐다. 헤럴드경제가 찍은 김 의원의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지지하는 의원들의 뜻을 끝까지 지켜내겠다. 돌을 맞아도 지켜내겠다. 나를 믿고 따라달라’고 하면서 무겁게 움직이는 게 좋겠다” “대표님은 큰 명분만 얘기하시면 게임은 유리해질 것”이라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모두 청와대와의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었다.

글=이가영·이은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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