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고영주 이사장 "달라진 건 없지만 답변 안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회진흥회에 대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고영주 이사장의 답변 태도 등을 놓고 파행을 겪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2일 국감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고 했던 고 이사장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해당 질문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전병헌 의원=“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이고 대통령되면 우리나라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는 발언 하신 적 있다. 이 생각에 지금도 변함이 없나.”

▶고 이사장=“뭐, 사정이 변경된 건 없는데 답변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전 의원=“왜 답변을 안 하는 건가.”

▶고 이사장=“내가 솔직하게 답변하면 국정감사장이 뜨거워지고, 만일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 법정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지 않도록 하겠다.”

▶전 의원=“당시 공영방송인 MBC에 대한 관리를 하는 방문진 감사로서 적절한 발언이었나.”

▶고 이사장=“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형사 절차에 관련된 것은 답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돼 있다.”

고 이사장의 2013년 발언에서 ‘공산주의자’로 지목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현재 고 이사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민ㆍ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됐던 1981년 ‘부림사건’을 담당한 공안검사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부림사건 피해자에 대한 재심에서 33년만에 최종 무죄판결을 내리자 공식석상에서 “사법부가 일부 좌경화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 이사장은 이날 국감에서도 “나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한 새정치연합을 역으로 비판했다.

▶전 의원=“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 사죄해야 하는 게 아닌가.”

▶고 이사장=“그게 무죄판경이든 전혀 상관이 없다. 나는 ‘피해자’라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사회가 되는 당신을 심판하겠다’는 얘기를 직접 듣고 경험했다. 무죄든 아니든 내 신념은 변할 수 없다.”

▶전 의원=“개인의 소신은 자유지만 방송을 다루는 자리에서는 부적절하다. 사퇴가 옳다.”

▶고 이사장=“제1야당 문재인 대표와 국회의원을 지낸 한명숙 전 의원, 이런 분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고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다. 나는 거기에 비하면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된 것을 걱정하는 죄는 자유민주주의 체제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거라고 본다.”

문 대표 등을 언급한 고 이사장의 발언에 새정치연합 소속 우상호 간사는 “지금 뭐 하자는 것인가. 정상적인 국감을 진행할 수 없어 퇴장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국정감사는 한때 파행됐다.

국감이 정회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은 별도로 긴급 회의를 하며 국감을 재개할지를 논의했다. 여당 의원들이 “고 이사장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국감을 재개한다”는 중재안을 냈지만, 고 이사장은 “어떤 유감을 표명하라는 거냐. 내가 알아서 한다”며 유감 표명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고 이사장은 “마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걸 보고 좀 흥분해서 비유를 든다는 것이 제1야당 대표를 예로 든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일부 사과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말은 사과가 아니다”라며 반발을 이어갔다.

속개된 국감에서는 MBC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을 보도한 점이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공정성이 없는 보도”라고 비판했지만, 고 이사장은 “그 보도를 봤지만 어떤 점에서 형평성에 반한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병무청장이 국정감사에서 “박 시장의 아들의 병역은 적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도 “그건 병무청의 입장일뿐 각 기관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