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Fed 2라운드 … 이번엔 차이나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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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르드 IMF 총재(左),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장(右)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

라가르드 “중국 경기 둔화 파장 예상보다 커”
록하트 “미국 성장에는 큰 영향 못 미칠 것”

 이번엔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평가다. 별것 아니라고 치면 미국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명분이 없다. 반대로 그 위험성을 크게 보면 금리인상 페달을 밟기가 쉽지 않다.

 1라운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볼 수 있다. IMF는 6월부터 집요하게 금리 인상을 만류해왔다. 처음엔 재닛 옐런 Fed의장도 완강했다. “통화정책 강화를 늦추면 경제를 과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버텼다. 그러다 8월 초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로 차이나 리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시장은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 옐런은 “중국 리스크가 어떻게 미국 경제로 파급되는 지를 지켜보겠다”며 물러섰다. Fed는 금리를 동결했다. IMF의 판정승이었다.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다시 포문을 열었다. “중국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앞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간담회서다. 그는 중국의 경기 부진은 이미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도 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 냉각이 자원부국과 수출주도형 신흥국을 거쳐 세계 경제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이미 글로벌 경기둔화를 공식화한 상태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 중 포인트는 ‘예상보다’란 표현이다. 세계 경제는 중국과 단단히 엮여있다.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이 탈이 나면 다른 지역이라고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IMF 추산으로는 이 파급효과가 종전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Fed에겐 금리인상을 내년으로 넘기라는 간접 압박이다.

 Fed의 분위기는 다르다. 중국 리스크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강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깃발을 든 이들은 물론 조기 금리 인상을 주장해온 매파들이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장은 2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경기 불안이 미국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이 느려지고 있지만, 경착륙이 발생할지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중국 사업 규모가 큰 몇몇 대기업과 달리 미국 경제 전체로는 중국과의 연결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다. FOMC 위원인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은행장은 같은 날 한 강연에서 “중국은 미국 성장에 대규모의 일차적인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수요가 위축된다고 해서 미국 수출이 대폭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비둘기파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17일 옐런의 기자회견에 힌트가 있다. 그는 중국발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 경기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경제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다만 “좀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차이나 리스크는 표면적으로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다. 이면엔 중국 정책당국의 대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있다. 마침 방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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