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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출마'와 '불출마' 중 택일 요구한 혁신위

중앙일보

입력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23일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런 날 혁신위는 고강도의 인적쇄신안을 꺼냈다. 한 당직자는 "떠나는 외부 혁신위원들이 던진 인적쇄신 폭탄"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안에 따르면 호남 중진 박지원 의원 등이 공천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당의 간판급 인사들에겐 사실상 ‘사지출마’와 ‘불출마’ 중 선택을 요구했다.

당장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대표부터 대상이 됐다. 혁신안 통과를 재신임 명분으로 내세웠던 문 대표로선 제안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표측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출마시 당 대표로서 전체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하는 상황에서 부산에서 자신의 선거운동도 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돼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정세균(서울 종로)·안철수 (서울 노원병)·김한길(서울 광진갑)·문희상(의정부갑)·이해찬(세종시) 의원 등 중진의원들도 정치적 부담을 안게됐다. 안 의원에겐 부산 출마를 촉구했다.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인 안 의원이 문 대표와 함께 동반 출마해 부산에서 ‘문ㆍ안 벨트’를 구성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대표의 부모는 현재 야권의 약세지인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고 있다.

혁신위 관계자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낙동강 전선'에 나서준다면 김영춘 전 의원 등 기존 부산지역 출마자들에게 큰 원군이 될 것"이라며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과 함께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부산출마 요구는 지난 2013년부터 나왔던 얘기다. 하지만 한번도 안 의원이 관심을 보인 적이 없어 실제로 '문-안벨트'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혁신위가 실명으로 거론한 5명의 전직 대표 가운데는 사실상 '불출마' 요구 대상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분들에 대한 호소는 열세지역 출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와관련, 최인호 혁신위원은 이미 개인자격으로 이해찬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구한 상태다.

'1ㆍ2심 등 하급심의 유죄 확정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검찰이 기소만 한 경우라도 정밀심사를 받는다'는 내용은 사실상 ‘살생부’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제도'가 됐다.이날 당무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당무위에서 “아픈 혁신안이다. 해당되는 분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현재 박지원 의원(전남 목표)은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ㆍ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혁신위가 '기강' 확립을 요구한 것도 주목된다. 혁신위는 “탈당과 신당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조경태 의원을 비롯한 해당행위자에 대해선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했다. 혁신위 요구대로라면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은 당으로 돌아올 수 없다. 여기엔 추가탈당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혁신위가 오히려 비주류 의원들을 동요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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