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담뱃값 인상발표 후 1년, 중증흡연자 금연 성공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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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백유진 교수

무더위가 떠난지 며칠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민족 대명절 한가위가 찾아왔다. 작년 추석 연휴 직후 정부는 담뱃값인상을 필두로 다양한 금연정책을 내놓았다. 필자도 지난 해 추석명절에 가족들과 담뱃값이 얼마나 오를 것인지, 담뱃값이 오른다고 중증흡연자들이 과연 담배를 끊을 것인지 등등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꼭 1년이 지났다. 아직 금연에 성공하지 못한 분들은 올해 추석에 가족들로부터 ‘담뱃값도 올랐는데 왜 아직까지 피우느냐’는 면박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올해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커피숍을 포함한 일반음식점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제 흡연구역이 아닌 곳을 찾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꽤나 어려워졌다. 실제로 서울시내 금연구역은 약 1만 2천 여 곳인데 반해, 합법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장소는 25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 뿐만 아니라, TV나 라디오, 신문에도 금연을 이야기하는 공익광고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내년 말에는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이 붙을 예정이다.

이외에 정부가 담뱃값을 올리며 약속했던 중요한 금연정책 중 하나는 금연치료에 대한 지원이다. 실질적으로 중증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동네병?의원에서 받는 금연상담을 비롯해 전문의약품인 금연치료제의 약값을 지원하는 것이다.

‘금연하려고 병원까지 가야 해?’ 라는 생각을 가지는 흡연자들이 아직 있지만 흡연은 니코틴중독이라는 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의 결심만으로는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데, 의료진과의 면밀한 상담과 함께 효과가 가장 좋은 금연치료제를 복용했을 때의 금연성공률은 네 다섯 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금연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금연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비용절감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더해 이제는 중증질환으로 발전하기 이전에 큰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 흡연은 암, 심뇌혈관질환, 만성폐질환 등 중증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정부가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증진 및 사회적 의료비 절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연치료지원사업에 대한 보강이 절실하다.

금연치료지원은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지원과 별도의 청구시스템을 통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적인 의료서비스나 약제처방 시스템과 다른 복잡한 형태로 금연진료가 이루어지다 보니 진료과정에 불편함이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금연치료의 진입장벽이 높다. 일부 의원에서는 금연진료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겨, 동네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금연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의 사업비로 금연치료지원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그런가 하면 현재 금연치료제 지원율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금연치료의 본 목적은 금연성공인데, 금연치료효과가 가장 높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가장 많은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금연치료제인 바레니클린은 지원사업 내 에서 가장 낮은 지원율로 지원되고 있다. 바레니클린은 해외는 물론 국내연구를 통해서도 다른 금연치료제에 비해 금연효과는 더 우수하고 비용-효용 면에서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미 금연치료 급여화가 이루어진 다른 나라에서는 금연성공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금연치료급여를 해주는 주와 그렇지 않은 주의 금연성공률이 두 배 가량 차이 나며, 네덜란드에서도 급여 이후 금연을 시도한 흡연자의 금연성공률이 52%까지 증가했다. 우리
나라 정부 역시 담뱃값 인상과 함께 금연치료의 급여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올해가 금연정책에 있어 큰 주춧돌이 될 해이니만큼,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금연치료지원을 위해 급여화에 대한 결정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함께 하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추석은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하기에 좋은 시기다.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할 때, 금연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금연치료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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