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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올림푸스 기쿠가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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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 올림푸스광학공업㈜은 디지털 카메라 세계 시장을 놓고 소니.캐논 등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올림푸스광학을 이끌고 있는 기쿠카와 쓰요시(菊川剛.63)대표이사 사장은 "올림푸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세계 3대 메이커로서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쿠카와 사장을 일본 신주쿠(新宿)에 위치한 올림푸스 본사 빌딩에서 만났다.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의 강점은 뭔가.

"우리는 현미경을 만든지 거의 90년이 된 회사다. 렌즈의 경쟁력은 어느 업체에 뒤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렌즈가 생명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화상이 가장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디지털 기술은 소니보다 못하지 않은가.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가는 메모리 카드는 소니와 협력해 만든다. 메모리 카드의 설계 아이디어는 우리가 낸다."

- 최근 근소한 차이로 소니에 밀리고 있는 원인은 뭔가.

"상품계획이 잘못 됐다. 4백만 화소 전후의 고급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선 2백만 화소 전후의 카메라가 많이 팔렸다. 그러나 히트상품을 누가 빨리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갈리기 때문에 앞지를 수 있는 찬스는 얼마든지 있다."

- 디지털 카메라의 마케팅 전략은.

"렌즈 등 광학기술이 앞서 있는 만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것이다. 또 디자인만 봐도 소비자들이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 것이다. 최근 빗물에 젖어도 되는 생활 방수 제품을 내놓은 것처럼 소비자들의 수요보다 한발 앞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 올림푸스의 제품은 대부분 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지털 카메라의 생산체제는 어떤가.

"전문가용은 일본 본사에서 만들고 있다. 나머지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는 주로 중국 등 해외에서 만든다.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도 생산한다."

-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을수록 품질 관리에 어려움은 없나.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해외 생산 체제를 잘 운영하고 있다. 현미경의 일부는 50년 전부터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의료용 내시경은 독일 업체와 공동으로 만든다. 올림푸스의 자체기술과 해외의 경쟁력 있는 생산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값싸게 만들 수 있다.물론 해외 공장의 품질 관리에 핵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 한국에서의 사업에 만족하나.

"올림푸스코리아는 출범 2년여 만에 매출액 1천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1백여개의 해외법인 가운데 경영 실적이 뛰어난 곳 중의 하나이다. 올해 온라인 인화 서비스를 하는 자회사를 한국에 만들었다. 이 회사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사업을 할 것이다. 한국이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디지털 서비스는 한국에서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이다. 이를 일본과 중국에 가져 갈 것이다."

-카메라 휴대전화가 나오는 등 카메라와 캠코더, 휴대전화 간의 영역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이들 제품은 각각 독특한 특장이 있고 시장이 엄연히 다르다. 휴대전화가 1백만화소짜리 카메라를 부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발전하면 '디지털 카메라에 달려 있는 전화기'가 될 것이다."

-삼성테크윈에서 두달 전에 신제품을 내놓는 등 한국산 디지털 카메라도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나라마다 소비자들의 구미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가 패션 상품으로 자리잡아 디자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삼성 제품도 경쟁력을 갖추면 일본 시장에서도 팔릴 수 있을 것이다."

- 올림푸스가 안고 있는 취약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올림푸스는 최근 10년 동안 매출과 이익이 계속 늘어났다. 이에 따라 위기의식이 느슨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서 '만세'를 부르다가는 망신당할 위험이 있다."

- 장기 불황을 이겨내는데 일본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80년대 후반까지 일본기업들은 자동차.TV 등의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한 나머지 시대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일본기업들은 정보기술(IT) 등 미래 수익사업 발굴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일본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실 채권은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또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덜 낳고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전돼 사회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 올림푸스는 '지놈사업'을 미래 주요 수익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올림푸스뿐 아니라 세계의 주요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는 분야다. 최근 유전자 지도가 완성돼 지놈의 사업화는 급물살을 탈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 분석 등에 쓰이는 분석장치를 이미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 같은 제품은 초정밀 현미경 기술이 동원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인간의 질병, 특히 암의 원인과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갖가지 분석장치를 내놓을 것이다. 이 분야의 매출을 2010년까지 1조원으로 끌어 올릴 것이다."

- 회사를 다니면서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누를 끼친 적은 없는가.

"부서장으로 일하면서 사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윗사람의 눈치를 봐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일부 사업은 실패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이라고 해서 밑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훌륭한 경영자가 아니다."

도쿄=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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