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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추석 코앞인데 AI…" 닭·오리 상인·농가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두고 조류인플루엔자(AI)가 터지는 바람에…”

20일 오후 전남 나주시 이창동 영산포풍물시장. 천막 아래서 닭ㆍ오리를 판매하는 서성준(37)씨가 아버지(64)와 함께 텅빈 닭장 앞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닷새 만에 돌아온 장날이었지만 지역 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으로 오는 21일까지 닭ㆍ오리를 팔 수 없게 됐다.

서씨의 아버지는 "장사를 할 수 없지만 속이 상해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나와 봤다. 장날마다 닭과 오리를 합쳐 100마리 이상 판매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음 장날(25일)까지 장사를 못한다면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도 했다.

21일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남 일대 전통시장에서 오리는 물론 토종닭까지 판매할 수 없다는 소식을 미처 접하지 못한 손님들은 시장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영산포풍물시장 내 닭과 오리를 판매하는 곳은 서씨의 점포를 포함해 모두 3곳으로 이날 모두 휴업했다.

같은 날 오후 AI 확진 판정을 받고 오리 8000여 마리를 매몰 처리한 나주시 노안면 오리 농장으로 향하는 사거리 도로. 방역 차량이 '우웅~'소리를 내며 도로 바닥에 분주하게 소독약을 뿌려댔다. 두 곳 농장 출입구는 외부인이 드나들 수 없도록 농장 소유 1t 트럭과 나주축협 방역 차량으로 막아 놓았다. 농장 바로 앞에는 흰 바탕에 빨간 글씨로 '출입금지 방역본부'라고 적힌 띠가 둘러졌다. 띠 주변 바닥에는 소독용 석회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농장에서 오리 울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주변 들판의 새 소리만 이따금씩 들렸다.

농장주 김모(68)씨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농장 입구 쪽에 나왔다. 김씨는 ”자식 같은 오리를 살처분한 것도 속상한 일이지만 앞으로 수개월간 새끼 오리를 새로 들이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일"이라며 "올해 농장 운영은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AI가 발생한 김씨의 농장은 반경 10㎞ 이내 농장에서 추가 발생이 없을 경우 입식시험 등을 거쳐 최소 70일 뒤에 다시 오리를 들여올 수 있다.

김씨의 농장 주변에서 닭ㆍ오리를 키우는 8개 농장과 또 다른 AI 확진 판정 농장인 강진군 칠량면 농가 인근 6개 농장 등 14개 농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농장에서는 닭 45만1000여 마리와 오리 1만9500여 마리 등 모두 47만 여 마리를 키운다.

익명을 원한 나주 지역 농장주는 '"'AI 확진 판정을 받은 주변 농장'이라는 소문만 돌아도 닭ㆍ오리 납품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추석에도 자식들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나주=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사진 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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