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하철 성추행범 붙잡은 시민 "내 딸에게도 범죄 일어나면 도와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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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추행범을 현장에서 붙잡은 용감한 시민에게 경찰이 감사장과 포상금을 전달했다. 그는 "내 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면 주변에서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13일 오후 11시40분쯤 부산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퇴근길에 오른 이모(55)씨는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또래 여성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장면을 목격했다. 둘은 일행으로 보이지 않았고 여성은 어쩔 줄 몰라 했다. 피해 여성이 남성의 추행 때문에 자리를 옮기자 이 남성은 여성을 쫓아다니며 추행을 이어갔다. 객실 내에 승객 20여 명이 있었지만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이를 보고 참다못한 이씨가 나섰다. 남성의 팔을 붙잡으며 추가 추행을 막았다. 그러곤 112에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가 여자 옷을 벗기려고 한다. 현장이 아주 심각하다. 빨리 와 달라”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다음 정차역에서 A씨(24)를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감옥에 가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지난 18일 이씨를 경찰서로 초대해 "신고 덕분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씨는 "딸이 둘 있는데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며 "내 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 등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을 목격하고 신고한 시민 2명과 아파트 주차장 방화범을 신고한 시민 1명 등 3명에게 감사장과 신고포상금을 전달했다. 원창학 북부경찰서장은 "범죄 현장을 목격하고도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며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용기를 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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