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북한에 경제 제재 이상의 조치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존 케리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과 핵 실험 가능성을 언급하자 미국이 새로운 대북 압박책을 모색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 이상의 조치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이날 “북한이 무책임한 도발을 계속하고 국제사회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지키기 전에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압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이란 핵 합의를 언급하며 “이란은 방향을 바꿔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났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제대로 된 경제가 없기에 제재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대외경제 의존도가 낮은 북한에 대해 새로운 맞춤식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유엔 대북 제재와 함께 재무부 등을 통해 독자적 대북 제재를 하고 있다. 올해 초 재무부에 포괄적 대북 제재 권한을 부여했고 지난달에도 재무부가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외 무역의 70~90%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 없이는 경제 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케리 장관은 새 제재 방법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전날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경제 제재 외 다른 대북 압박 수단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진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새 제재가 중·러를 포함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도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동한 후 “한·미 양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심각한 평화 위협 행위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의 추가 조치를 부르고 더욱 더 심각한 고립의 길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