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윤 기자의 교육카페] 비누도 없는 학교 화장실 11% …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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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전국의 200여 초·중·고교가 메르스 때문에 임시휴교를 했었지요. 메르스 사태 이후 학교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습니다. 소년중앙 학생기자, 그리고 중앙일보가 22일 창간하는 온라인 청소년 매체 TONG 청소년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다니는 학교 화장실, 위생 습관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모두 161명이 응답에 참여했습니다.

 “학교에서 손을 잘 씻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98.1% 나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안 씻으면 더러울 것 같아서”(72.7%), “그렇게 배워서”(11.7%)라고 답했습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손을 씻는 것은 단지 손에 물을 적시는 게 아니라 손에 묻어 있을 수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비누를 써야 한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학교의 화장실에 비누가 있을까요. “비누가 있다”는 응답은 87.1%(135명)였습니다. “비누가 없다”가 10.9%(17명), “잘 모르겠다”가 1.9%(3명)였습니다.

 ‘생각보다는 비누가 잘 갖춰져 있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전국의 초·중·고교생은 모두 629만 명입니다. 이 중 10.9%라면 68만 명입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비누가 없다”고 응답한 10.9%에 속한다면 어떨까요.

 초·중·고교를 취재한 경험에 비춰보면 학교는 한국 사회의 공적인 공간 중 환경이 가장 열악합니다. 부모는 집이나 직장에서 온수가 나오고 비누도 빠짐없이 갖춰진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화장실은 그와는 딴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낡고 물이 새며 환기가 잘 안 돼 냄새도 납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어른들이 학교 화장실에 더욱 신경 썼으면 합니다. 전국의 학교들이 화장실 등 낡은 학교 시설을 고치는 데 필요하다고 요청한 교육환경개선사업비는 전국적으로 4조407억원입니다. 하지만 실제 배정된 예산은 1조5234억원으로 요청액의 38%에 그쳤습니다. 야당에선 “현 정부 핵심 사업인 무상보육 누리과정 때문”이라고 하고 여당은 “무상급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화장실 개선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낡고 악취 풍기는 학교 화장실을 일주일만 이용해 보라고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성시윤 교육팀장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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