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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영도 시민의식 실종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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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천혜의 기암 절벽과 바다의 낭만이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한 절영해안의 산책로’.

영도의 절영해안산책로를 소개하는 구청의 홍보 문구는 화려하지만 현장은 어지럽기 짝이 없다.시민들이 놀다간 자리엔 쓰레기가 즐비하고 체육공원엔 잡초가 무성하다.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 곳엔 파리떼가 우글거리고 냄새도 진동한다.휴게시설도 1년 가까이 휴업상태다.

◇시민의식 실종〓지난 15일 3천여명이 놀다간 해안산책로 일대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30여 부대나 됐다.

공익요원 10명이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쓰레기를 줍느라 비지땀을 흘렸다.해안가 바위 틈 곳곳에 음식물 쓰레기와 과일 껍질이 버려져 있었으며 5곳의 공중 화장실도 쓰레기가 넘쳐났다.금지된 취사를 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평일인 16일 오전 11시쯤 함지골체육공원∼75광장 사이의 산책로 주변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휴지, 과자봉지,담배꽁초 등이 5∼10m 간격으로 버려져 있었다.

아카시아집 주변엔 쓰레기가 봉투 채 버려져 있다.
영도구 도시관리과 김종길씨는 “1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여름철 주말에 산책로 일대에서 수거되는 쓰레기가 1.5t을 넘는다”며 “개장 이후 계도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먹다 남은 음식과 과일을 바위틈에 숨기는 시민도 있어 수거가 어려울 뿐 아니라 해안을 오염시킨다”며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 가는 시민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관리 부실〓요즘 함지골 체육공원엔 잡초가 어른 무릎까지 자라있다.윗몸 일으키기용 시설은 풀에 잠긴 곳도 있다.팔 굽혀 펴기용 시설 주변도 어른 조차 드나들기 어려울 정도로 풀이 우거져있다.아카시아집 쪽과 가까운 곳은 체육시설 대부분 풀에 갇혀 있을 뿐 아니라 시설 일부는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75광장 아래 쪽 구릉지 산책로의 일부 가드레일 기둥이 썩기도 했다.

16일 오후 이곳에서 만난 주민 박모(56) 씨는 “체육공원에 풀이 너무 우거져 운동은 커녕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며 “매일 이곳에 오지만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카시아집과 함지골체육공원 일대의 산책로 중 기존 등산로 곳곳도 무성한 풀이 침범,발길에 채고 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봄부터 공공근로 사업으로 풀을 베고 있으나 면적이 넓은 데다 잦은 비로 잡초가 잘 자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제2송도 쪽 산책로 입구에 설치된 휴게시설은 지난 6월 말 이후 1년 가까이 영업을 하지않고 있다.공개입찰을 받아 운영하는 사업자가 시설 사용료를 제때 내지 않자 구청이 해약한 뒤 방치하고 있다.구청은 아직 휴게시설 운영방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절영해안산책로〓구청이 44억원을 들여 제2송도∼동삼중리 간 3㎞의 해변에 조성,2000년 12월 개장했다.파고라,간이화장실,벤치,보안등,전망대,쉼터,조각품,시비동산,테마공원 등을 설치,바닷가를 산책하며 쉴 수 있어 영도구민이 즐겨 찾고 있다. 여름철 주말엔 1만 명 이상이 찾고 있으며 평일 이용자도 5백 명이 넘을 정도로 영도의 새 명물로 자리잡았다.

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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