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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하면, 중국이 아시아를 장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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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18면

금리는 돈의 값이자 그 나라의 힘이다. 경제 활력의 지표이자 국력이다. 돈 값이 제로(0)면 돈은 그 나라에 붙어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미국·유럽·일본의 돈이 전세계를 떠돌면서 핫머니로 사고를 치는 것도 이들 국가의 금리가 제로이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역사를 보면 제조대국에서 무역대국으로 그리고 군사대국에서 금융대국으로 갔다가 소비대국에서 쓰러진다.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일 뿐 스스로는 새끼를 치지 못하는 불임산업이다. 반드시 제조업이라는 부가가치 창출 메커니즘을 통해야만 불어난다. 역사적으로 ‘제조업이 떠난 나라의 금융’의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암스테르담), 영국, 그리고 지금의 미국이다. 통화 발권력이 있어도 부가가치를 높일 제조업이 없으면 돈은 제조업이 싱싱한 나라를 찾아 전세계로 떠돈다.


결국 제조와 무역의 시대는 돈값이 높고, 금융과 소비의 시대는 돈값이 낮다. 이는 산업구조와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 500년간의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강대국이 제로금리로 가면 국력쇠퇴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이고 제로금리에서 금리가 급등하면서 종말을 맞았다.


시뇨리지 횡포


1974년 이후 세계금융시장에서 10년에 1~2회꼴로 찾아오는 금융위기는 미국의 달러가 금이 담보된 자산이 아니라 종이 돈일 뿐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금 태환의 정지 이후 종이로 전락한 미국 달러를 유태인 천재 키신저가 부활시켰다.


세계경제의 혈액인 석유를 사고 팔 때 반드시 달러로 결제하게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합의했다. 각국이 석유를 사려면 반드시 달러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석유가 미국이 무한정 찍어내는 종이 돈의 담보역할을 한 것이다.

강일구 일러스트

이 기막힌 메커니즘을 활용해 미국은 달러 찍기를 계속했고 그 결과 달러 값은 그동안 95%나 폭락했다. 군사대국이고 소비대국인 미국은 지출은 많고 수입은 적어 재정적자가 누적되자 천문학적인 국채를 발행했다. 그 결과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는다. 금융위기 이후 국채발행이 폭증했지만 금리를 제로로 가져가는 바람에 금융비용 부담이 늘지 않았다.


전세계는 석유구입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달러를 보유하는 데 미국이 무한대로 달러를 찍어 돌리니 보유한 달러가치가 반 토막나도 방법이 없다. 바로 미국의 화폐주조이익, 시뇨리지의 횡포다. 최고 부자 국가의 부채를 전세계 가난한 나라들이 십시일반으로 책임져 주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이 돈이 필요해 전세계에 나간 달러를 불러들일 때 상습적으로 쓰는 방법이 금리인상이다. 금리를 올리면, 달러는 돈 갚으러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신흥시장은 달러 유출로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러면 미국은 본국에 모인 달러를 다시 거두어 죽어나간 신흥시장의 알짜 물건을 헐값에 사두고 국제통화기금( IMF)을 동원해 달러를 공급한다. 이 결과 신흥시장의 부도를 막고 주가를 올려 유유히 수익을 챙겨 나갈 수 있었다. 이게 최근 20년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의 본질이다. 금리를 올리겠다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사록에 한 줄만 쓰면 바로 전세계 증시는 달러의 회귀에 겁먹고 폭락하고, 신흥국은 외환위기를 맞는다. 지난해에도 취약 5개국(Fragile 5)이 외환위기로 죽을 뻔했다.


올해에도 9월 금리 인상설, 12월 인상설로 안개를 피운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0년간 금리로 재미 본 좋은 시절도 지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구세주는?


첫째,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로 채권을 너무 많이 발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순간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연기금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미국정부의 채권이자는 증가한다. 지금도 정부예산의 15%가 국채이자인데 이자가 늘면 국방비·의료비 등을 줄여야 한다.


둘째, 중국이라는 대항 마가 외환위기의 구세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순서로 보면 라틴 아메리카→유럽→아시아 차례다. 그러나 98년과 20015년 아시아의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아시아에서 달러 유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온다면 구세주는 미국과 IMF가 아니라 중국이다.


중국은 3조5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있다. 미국은 최근 7년간 전세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데 3조9000억 달러를 썼다. 중국이 통화스와프을 통해 3조5000억 달러를 담보로 아시아에 달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 주면 중국은 아시아를 구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예전에는 금융위기가 오면 대안이 없어 울면서 미국 돈을 받았지만 이젠 다르다. 만약 이번에 중국이 돈을 대 준다면 아시아는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손 잡을 수 있다. 그러면 아시아지역 금융의 맹주가 바뀐다.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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