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 효과’ 보여준 미국·터키의 난민 수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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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호 31면

유럽으로 피란 가던 길에 바다에 빠져 숨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태어날 장소를 선택해 태어난 사람은 없어요. 여러분이 시리아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요즘 같아서는 이 질문에 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필자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같은 나이 또래의 시리아 젊은이들은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이슬람국가(IS) 대원들에게 살해되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은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잠시 자기 나라를 떠난 것이다.


‘아일란의 비극’을 계기로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난민 문제를 반성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유럽에서 날아온 소식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키프로스의 소크라티스 하시코스 내무장관은 “기독교도인 난민들만 받겠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더 충격적인 사건은 헝가리 언론사의 카메라 기자가 저질렀다. 페트로 라즐로 기자는 난민 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를 발길질로 넘어뜨렸다.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일부 유럽 국가의 속내를 드러낸 사건들이다.


유럽인들은 난민이 왜 몰려드는지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필자의 나라인 터키의 상황은 좀 다르다. 터키는 ‘난민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난민을 적극 지원했다. 터키는 19세기부터 많은 난민을 수용했다. 대다수 터키인은 주변국에서 난민이 터키로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터키는 오스만 제국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발칸반도든 중동에서든 전쟁으로 난민이 발생해 터키로 오면 터키인들은 ‘아버지 품으로 온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터키에는 모두 2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살고 있다. 국가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다.


과거 제국을 경영한 경험 때문에 난민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독립했다. 독재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한 아흐스카(Ahiska) 족은 학살이 일어나자 난민 신세가 됐다. 그때 아흐스카 족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는 터키와 미국이었다. 필자의 중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이 난민 출신 아흐스카 족이었다.


일부 유럽인들은 '난민이 유입되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근거가 약하다. 유럽 선진국은 교육과 임금 수준이 높아 육체 노동시장은 외국에서 온 이민자들에 의존한다. 번 돈을 자국에 송금하는 ‘노동 이민자’보다는 번 돈을 현지에서 소비하는 ‘난민 노동자’가 오히려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된다.


미국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40)는 몇 년 전부터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유엔 난민기구 특사인 그는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활동과 함께 외교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시리아 난민 문제를 더 이상 눈 감고 외면한다면 ‘제2의 아일란’은 언제든지 다시 나올 것이다.


알파고 시나씨터키 지한통신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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