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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대불, 능인선원에 건립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대 규모인 38m 높이의 약사여래불이 서울 강남의 능인선원에 세워진다.

능인선원장 지광 스님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원 30주년을 맞아 약사여래좌불을 선원 뒤편의 구룡산에 모신다. 흔히 현대를 말법(末法)시대라고 하는데 몸과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부처님 중에서도 ‘치유의 부처님’을 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불사(佛事) 배경을 소개했다.

13일 오전 10시30분 능인선원에서는 30주년 개원법회와 함께 약사여래대불 점안식이 열린다. ‘서울약사대불’로 이름 지어진 이 좌불은 속리산 법주사의 미륵대불(33m)보다 5m가 더 높다. 약사여래불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번 대불 조성에 들어간 청동만 무려 100톤이다. 요즘 시세로 하면 청동만 약 100억원에 달한다. 총 건립비는 약 120억원이다.

지광 스님은 “16년 전에 신도회에서 약사여래불을 세우자는 제안을 했다. 다행히도 당시에 청동을 미리 구해 놓았다. 요즘 시세의 8분의 1이었다”며 “지금은 청동 가격이 너무 올라 재원을 마련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도심포교당인 능인선원의 신도 수는 30만 명이다.

『삼국유사』에는 어릴 때 병약했던 신라 선덕여왕이 약사여래불을 모셨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에 괴질이 돌았을 때도 선덕여왕은 “약사여래불전에 기도를 하라”는 칙령을 내린 바 있다. 지광 스님은 “전쟁이 많았던 삼국시대에는 관음신앙과 아미타신앙이 중심이었다. 풍요롭던 통일신라 때는 약사여래 신앙이 주였다”며 “풍요한 시대에 오히려 병이 많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서방정토를 상징하는 아미타불을 모시려 했다. 그런데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부처님이 약사여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의 작은 상가 법당에서 출발한 능인선원은 올해 30주년이다. 지난해에는 능인대학원대학교를 개교했다. 강남에서 30년째 포교를 하고 있는 지광 스님은 “일본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 대불(16m)을 봤을 때 거대한 중량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 신도회에서 대불 불사를 하자고 했을 때 ‘왜 크게 지으려고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건립된 대불을 보니까 ‘아!’하는 소리가 나더라”며 “대한민국은 1960년대 가난하기 짝이 없는 나라였다. 지금은 세계 10위권을 거론하는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시대를 관통하며 달려온 사람들이 요즘 병이 나더라. 서울의 강남은 풍요롭지만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가 많다. 약사여래불은 이 시대에 대한 치유와 구원불로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광 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단 소속이다. 재단법인과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 3개 법인으로 구성된 능인선원은 아직 종단에 귀속되지 않았다. 능인선원측은 "약사여래대불 외에도 아직 해야할 불사가 많다. 불사를 모두 마무리한 뒤에 신도회 차원에서 종단 귀속 여부를 논의해 볼 수도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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