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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뜻 말고 자신만의 판단으로 경험 쌓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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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광율(왼쪽)씨와 이수진씨. 두 사람은 “우린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이든 실패든 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진(34)씨와 전광율(33)씨에게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스펙’이 있다. 바로 하버드대 학생회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최근 둘은 함께 책을 펴냈다. ‘하버드대 가는 법’, ‘하버드대에서 학생회장 되기’, ‘하버드대에서 살아남기’…. 책 제목이 이 정도쯤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이씨는 하버드대 최초의 아시아계 출신 학생회장이다. 원래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학생회장 경험을 계기로 진로를 바꿔 미국 법무부·백악관 등 공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돌연 법에 관심이 생겨 로스쿨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의 그릭 요거트 판매 1위 기업인 초바니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전씨는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 매킨지에서 일했다. 그러다 200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학생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사 스라이브(Thrive) 캐피털에서 파트너로 근무하고 있다. 이력을 보니 이씨와 전씨에게는 학생회장 경험 말고도 해줄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지난 7일 서울 명동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들이 쓴 책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들』에는 ‘실패는 언제나 이익을 숨기고 있다’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을 통해 느낀 11가지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진 공유 앱으로 대성공을 거둔 인스타그램도 ‘버븐’이라는 실패한, 그래서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체크인 앱에서 시작됐다. ‘내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으면, 듣고 싶도록 만들어야 했다. 말도 연습해야 했다. 말하기도 배워야 했다’는 내용도 있다. 실제로 이씨는 고교 시절 특별활동으로 스피치팀을 선택했고, 4년 내내 부모 앞에서, 또 거울 앞에서 말하는 기량을 갈고 닦았다. ‘어떤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자’ ‘나를 도와줄 사람을 진심으로 찾자’ 등도 이들이 나누고 싶은 메시지다.

 전씨는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가능성 있는 곳을 가려내 투자를 결정한다. 그는 기업을 볼 때 ‘시장의 크기’와 ‘리더의 자질’을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고 했다. 그는 “펀딩을 위해 여러 스타트업 관계자를 만나는데 한국의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잃어도 된다’, ‘져도 된다’는 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자신 만의 판단이 있어야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종종 우리의 선택은 이민자로 살아가는 부모님이 보시기에 성공이라고 판단되는 안정된 길을 거스르는 위험한 길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30대 중반인 두 사람에겐 여전히 가야할 길, 가고 싶은 길이 많다. 이씨는 터키식 그릭 요거트를 미국에 전파한 초바니처럼 한식을 알리는 새로운 식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했다. 전씨는 유망 스타트업의 설계부터 투자·마케팅·인사 업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업체를 차리는 게 목표다. 이들의 선택이 앞으로 어떤 길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둘에게 인생은 그래서 더 짜릿하다.

글·사진=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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