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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이나니’원전 화첩 『석농화원』 번역한 유홍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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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광국의 석농화원』에 실린 공재 윤두서의 ‘석공공석도’. [중앙포토]

‘아는 만큼 보인다’를 인구에 회자시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66)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 명문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을까. 유 교수는 ‘내 마음의 명문장’이란 글(본지 2014년 1월 4일 19면)에서 그 전모를 밝혔다. “뜻밖에도 서울 인사동 화봉갤러리에서 열린 고서 경매에 『석농화원(石農畵苑)』 목록집이 출품됐다.”

 유 교수는 조선시대 화론(畵論)을 연구하며 문인 유한준(1732~1811)이 석농(石農) 김광국(1727~97)의 소장품에 부친 한마디,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에 매료되었다. 답사기를 출간하며 인용하고 싶었으나 규장각에서 복사해 온 그 원문을 찾을 수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라고 인용했으나 늘 마음이 찜찜했다. 그 원저의 육필본을 30여 년 만에 직접 보게 된 유 교수는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이바지한 석농의 삶은 한국문화사의 위인으로 기려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김광국의 석농화원』(눌와 펴냄)은 이런 인연으로 유홍준·김채식(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거점번역팀 책임연구원) 공동 번역으로 1년9개월여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원문과 함께 번역본을 싣고 육필본을 영인한 외에 수록 작품을 도판으로 실어 일반 독자나 연구자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뛰어난 화론과 엄청난 양의 회화비평 사례를 담고 있어 조선시대 회화사에서 전설이 된 화첩이 새 목숨을 얻게 된 것이다.

 유 교수와 김 연구원은 이 책이 “조선시대 회화사의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우리 옛그림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석농화원』 화첩에서 낙질(落帙)된 작품이 하나씩 드러나 빈 칸으로 남아있는 도판 자리가 채워지기를 희망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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