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30세대 3명 중 1명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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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30세대에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지 않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에 달했다. 반면, 50대· 60대 이상에선 10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특히 2030세대의 절반 가량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대답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ARIㆍ소장 이종화), 동아시아연구원(EAIㆍ원장 이숙종), 그리고 중앙일보가 광복 70주년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2015년 국가정체성’ 설문조사 결과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고 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64%와 65.8%였다. 50대(81.9%)와 60대 이상(89%)에 비해 낮다. “대한민국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라는 질문엔 20대가 49.4%, 30대는 51.3%가 동의했다. 반면 50대(34.7%), 60대 이상(32%)은 세 명 중 한 명만 “그렇다”고 했다.

최근 젊은층에선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에 이어 5포ㆍ7포ㆍn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3포뿐 아니라 취업, 인간관계, 내집 마련, 희망 등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그래선지 2030세대는 정치ㆍ사회적 불신도 컸다.

“정부가 소수 아닌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설문에 50대와 60대 이상은 절반 가까이가 동의했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39.3%와 36.4%만이 “그렇다”고 했다. 또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약한 집단일수록 영토에 대한 인식도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세대별 영토 인식에서 20대의 경우 61.5%가 남한만이 우리 영토라고 답했다.

하지만 2030세대는 시민의 자유를 중시하는 ‘시민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예로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따라야 한다”는 설문에 20대는 29.8%, 30대는 34.2%만이 동의했다.

2030세대의 이념 성향도 바뀌었다. 2005년 조사에선 20대의 44.6%, 30대의 38.5%가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0대 33.7%, 30대 24.1%로 각각 급감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는 "성장이냐 복지냐"는 물음에 절반 이상(53.4%)이 복지를 선택했다.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젊은층에서 복지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정한울ㆍ김보미(EAI 연구원),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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