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티베트에 휘호 보내 민족단결 거론한 시진핑

중앙일보

입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8일 라싸(拉薩)에서 열린 시짱(西藏·티베트) 자치구 설립(9월1일) 50주년 기념식에 12자 친필 휘호를 보냈다. 민족단결을 강화하고(加强民族團結)과 아름다운 시짱을 건설하겠다(建設美麗西藏)는 내용이다. 민족 단결을 거론한 것은 시짱 분열 행위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고 초강력 대응하겠다는 경고로 보인다. 동시에 시짱 경제를 살려 현지에 친중국 여론을 확대하겠다는 당근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대표로 한 당 중앙과 중앙정부 대표단을 라싸에 파견했다. 위 주석은 이날 기념식에서 "당과 정부는 시종일관 시짱의 종교신앙의 자유정책을 지지한다.얼마 전 당 중앙은 시짱의 경제사회 발전과 장기적 안정을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1965년 3억 2700만 위안에 불과하던 역내 총생산액이 지난해 920억 8000만 위안(약 17조 1000억원)으로 281배 증가했지만 이를 더 늘리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관광과 환경 산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위 주석을 대표로 한 중앙 대표단은 시짱 각계에 전달할 축하편액과 그림·이동식 태양에너지TV·전자스테인리스쑤유차 메이커·찻잔세트 등 모두 7종류의 선물도 준비했다. 이들 선물은 농민·유목민·교사·스님·군인 등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당근정책 외에도 위 주석은 라싸에 주둔한 무장경찰 부대를 찾아 " 달라이라마 집단과의 장기적 투쟁에 대한 사상적 준비를 철저히 갖추라"고 지시했다. 시짱의 분리 독립 운동을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제6차 시짱 공작회의에서 향후 시짱 정책에 대한 6개 원칙을 밝혔다. 우선 그는 시짱을 국가 안전과 생태 안전의 보호벽이라고 규정했다. 지리적으로 시짱은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인접해 있고 고원과 설원지대가 많아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짱은 고지대 농산물 생산 기지이자 중화민족 특색의 문화·생태 보호지대라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부연 설명이다.

시 주석은 이어 ^시짱은 앞으로 반드시 공산당의 지도와 감독 하에 자치를 해야 하며^법에 따라 통치하고^민생 개선 노력을 강화하고^민족단결에 입각한 종교정책을 시행하며^국내외 정세에 맞는 정책을 입안 시행하고^현지 당 간부들이 지속적으로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짱 6개 원칙'을 밝혔다.

시 주석은 또 "단결하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한 독립세력의 음모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시짱의 장기적 안정적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시짱 불교에 대한 좋은 점은 널리 홍보하고 나쁜 점은 억제해 평등과 관용의 사상이 뿌리내리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시짱의 정신적 지도자인 14세 달라이 라마가 1995년 망명지인 인도 다람살라에서 11대 판첸 라마 환생자로 지명했던 겐둔 치아키 니마의 생존이 20년 만에 확인됐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판첸 라마로 지명 당시 겐둔 치아키 니마의 나이는 6살이었으며 중국당국에 의해 감금된 뒤 지금까지 실종된 상태였다. 중국정부는 현재 기알첸 노르부(25)라는 인물을 11대 판첸 라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는 그를 '관제 가짜 판첸 라마'라며 비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짱 자치구 설립 50주년(9월 1일)을 계기로 겐둔 치아키 니마의 생존을 확인하고 달라이 라마에 대한 승인권을 강조한 것은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티베트 (달라이 라마)전승 시스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