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인생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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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성공이란 반드시 타인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겁니다. 사소한 습관.성격.단점 등을 바꾸는 것도 자신만의 성공이 아닐까요. 저의 사소한 성공담은 책 읽는 습관을 꼽을래요. 고등학교 때 저는 책만 들면 두 세 쪽 읽다가 잠자는 '잠순이'였죠. 주위에 도서관도 없었고, 책상도 형편없어 늘 엎드려 보거나 누워 읽다 잠드는 게 습관이 되었지요. 오프라 윈프리가 "행운이란 준비된 자가 기회를 만나는 것"이라 했는데, 맞지요. 제 못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어지간히 노력했답니다. 어떻게든 바꾸려는 의지는 어떻게든 달라지게 하더라고요. 대학입시에 실패 많이 한 것도 각성을 주었고요.

어느날 서점에서 뚱뚱한 책 한권을 두 시간 동안 서서 읽은 게 저에겐 큰 용기였어요. 그때 읽은 책은 흔히 말해 삼류 소설이었죠. 어느 유부녀가 바람피우고 이혼당한 후 속죄의 길을 걷는 뻔한 줄거리죠. 언젠가 아는 오빠가 빌려준 책의 속편으로 서점에서 발견하곤 반가워 국수 먹듯 후르륵~ 읽었답니다. 두꺼운 책을 한순간에 읽은 게 그렇게 자신감을 줄 줄 몰랐어요. 그 후 두꺼운 책 읽는 습관이 들기 시작해 시인 되는 데 큰 바탕이 된 것 같아요. 뭣보다 꾸준하다는 게 중요합니다. 누구나 역전된 인생이 그냥 오진 않을 겁니다.

신현림 <시인.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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