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70% 세종시에 있는데 경제장관회의 80%는 서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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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무원들이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매일 5840만원의 세금을 길에 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1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6월 세종시 공무원들의 국내출장비는 106억5900만원이었다. 하루 5840만원꼴이다. 연말까진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교부 등 6개 부처를 제외하고 18개 정부 부처와 소속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회의가 여전히 청와대와 정부서울청사 등에서 열리고 있어 출장비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올해 6월까지 국무회의·국가정책조정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사회관계장관회의 등 주요 4개 국정회의는 총 273회 열렸다. 이 중 200회(72.2%)가 서울에서, 49회(13.6%)는 세종시에서 개최됐다. 특히 경제관계장관회의는 78회 중 62회(79.5%)가 서울에서 열렸다. 회의 참석 대상인 17개 기관 중 70.6%인 12개가 세종시에 있는데도 서울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다. 회의 때마다 12개 기관의 장·차관과 주요 국장들은 사실상 하루 종일 청사를 비워야 한다. 장관들은 정부 회의 외에도 현안질의, 상임위 등의 이유로 수시로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 실제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8월 24~28일) 주말을 제외한 5일 중 4일을 서울에 머물렀다.

 출장비를 쓸 필요가 없는 세종~서울을 잇는 영상회의는 24회(14.2%)만 개최됐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9%에 그쳤고 국가정책조정회의는 한 번도 영상회의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세종청사에는 4곳의 영상회의실이 있으나 사용 실적은 월평균 2.2회 정도다. 영상회의실은 국회에도 있다. 하지만 월평균 사용 실적이 2.5회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시설을 놀리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영상으로 공무원을 질책하면 효과가 떨어지니 매번 국회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별로는 경제 관련 회의가 잦은 국토교통부(12억2500만원), 국세청(10억6300만원), 보건복지부(10억3600만원), 기재부(7억2000만원) 등의 출장비가 많았다. 세종시에 있는 한 공무원은 “서울의 고위급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세종시에 오려면 길에서만 왕복 4시간을 날려야 하니 세종시 쪽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원격 결재, SNS 보고체계 등의 대책을 마련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운룡 의원은 “ 잦은 출장으로 인한 시간낭비와 장관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이 심각하다”며 “화상회의와 서면·화상 보고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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