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부장급 간부 400명 퇴직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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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 2분기에만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은 31일 “9월부터 조직과 인원을 대폭 줄이고 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며 “조직 개편에 따라 기존 2총괄·13부문·56팀·285그룹이었던 조직을 1소장·8본부·39담당·205부로 30%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사무직 부장급(1000여 명)과 전문·수석전문위원(300여 명)이 일차적으로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대상에 오른다. 업계에서는 전체 1300여 명의 고(高)직급자 중 30%가량이 용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내부 실적 평가 작업에 돌입했으며 상당 부분 평가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또 경영 부실에 책임 있는 간부들에게는 권고사직을, 나머지 간부들에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생산직(1만3000명 중 7000명)은 대부분 노조에 가입해 있어 이번 구조조정 태풍에선 벗어나게 됐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사측의 올해 임금동결 방침에 반발하며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에 돌입함에 따라 이 회사 정성립(65) 사장이 강조했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은 사실상 번복됐다.

 정 사장은 지난 6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시 생기는 경영상 공백과 직원의 신뢰 저하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며 구조조정 반대론을 폈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측은 “그만큼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여파는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까지 미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2500억원 상당의 지분법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주주로 지분 31.46%를 갖고 있다.

 구조조정과 별개로 올 하반기는 대우조선해양 내 ‘살아남은 자’들에게도 혹독한 한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정 사장을 포함한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은 9월부터 급여의 일정 부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예년보다 급여의 35∼50%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55명이던 본사 임원을 42명으로 줄인 바 있다. 일반 직원들 역시 급여가 전년보다 30%가량 줄어든다. 올해 대규모 적자가 확실시되는 만큼 전년에 받았던 성과급을 받을 수 없어서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은 9월부터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자산을 적극적으로 팔기로 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본사 사옥(1600억원)과 영등포 당산동 사옥(400억원), 보유 중인 골프장(써니포인트컨트리클럽·1800억원) 등이 매각 대상이다. 여기에 주식 등 현금성 자산이 200억원가량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올 연말까지 선박 인도금 등으로 1조2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는 만큼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골프장과 연수원 등을 보유 중인 자회사 FLC의 매각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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