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가장 무거운 반물질의 물리량 측정에 성공했다. 물리학 역사상 지금까지 발견된 반물질 중 가장 무거운 것이다.
국내 6개 연구기관(강릉원주대, 부산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 KISTI) 소속 연구원 25명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헬륨3원자핵 반물질의 물리량 측정에 성공했다.
반물질은 물질과 매칭을 이루는 것으로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존재라 할 수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날 경우 상호작용을 일으켜 감마선 등으로 소멸한다. 이런 이유로 양자역학 등 물리학 이론에서는 반물질의 존재한다는 사실이 예견됐지만 실험실에서 발견하는 건 까다로운 일로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다.
대형이온충돌실험은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납원자핵끼리 충돌시키는 실험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중이온(원자핵)의 충돌은 반입자가 입자 만큼이나 풍부했던 우주 탄생(빅뱅) 직후의 초고온, 초고밀도 상황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대형이온충돌실험을 통해 헬륨3원자핵(양성자 2개, 중성자 2개)의 반입자의 물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헬륨3원자핵과 그것의 반입자인 반헬륨3원자핵(반양성자 2개, 반중성자 1개)의 물리량(운동량, 전하량)이 서로 대칭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인권 부산대 교수는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실재하는 우주도 대칭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엔 한국 뿐만이 아니라 1500여명의 국제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해 연구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했다. 국내 연구팀은 내부궤적검출기의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17일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