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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역사상 가장 무거운 반물질 발견, 한국 연구진도 참여

중앙일보

입력

그림 1. 대형이온충돌실험 (ALICE, 알리스) 장치 개요. 알리스 검출장치는 대략 17개의 검출기들로 구성된 역사상 가장 복잡한 검출장치이며, 붉은색으로 장치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은 거대 전자석장치로서 인류가 만든 최대의 단일 전자석장치에 해당한다. 이 알리스 검출장치의 양쪽에 실선으로 표시된 빔라인은 대형강입자충돌기 (LHC) 의 빔라인이며,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납이온이 양쪽으로부터 날아와, 알리스 검출장치의 중심부 (①,② 부분)에서 충돌을 일으키면, 이 때 생성된 입자들은 거대한 자기장 내에서 날아가 각각의 검출기에 기록된다. 기록된 검출정보들의 면밀한 조합을 통해, 입자들의 궤적과 각종 물리량들을 분석해낼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업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검출기들은 ① 내부궤적검출기 (한국연구진 참여), ③시간투영상자 및 ⑤비행시간측정기 (한국연구진 참여) 로서 입자의 궤적과 비행시간 측정에 사용되었다.

한국 연구진이 가장 무거운 반물질의 물리량 측정에 성공했다. 물리학 역사상 지금까지 발견된 반물질 중 가장 무거운 것이다.

국내 6개 연구기관(강릉원주대, 부산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 KISTI) 소속 연구원 25명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무거운 헬륨3원자핵 반물질의 물리량 측정에 성공했다.

반물질은 물질과 매칭을 이루는 것으로 거울에 비친 또 다른 존재라 할 수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날 경우 상호작용을 일으켜 감마선 등으로 소멸한다. 이런 이유로 양자역학 등 물리학 이론에서는 반물질의 존재한다는 사실이 예견됐지만 실험실에서 발견하는 건 까다로운 일로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필요하다.

대형이온충돌실험은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납원자핵끼리 충돌시키는 실험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중이온(원자핵)의 충돌은 반입자가 입자 만큼이나 풍부했던 우주 탄생(빅뱅) 직후의 초고온, 초고밀도 상황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대형이온충돌실험을 통해 헬륨3원자핵(양성자 2개, 중성자 2개)의 반입자의 물리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헬륨3원자핵과 그것의 반입자인 반헬륨3원자핵(반양성자 2개, 반중성자 1개)의 물리량(운동량, 전하량)이 서로 대칭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유인권 부산대 교수는 “물질과 반물질의 대칭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실재하는 우주도 대칭적이라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엔 한국 뿐만이 아니라 1500여명의 국제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참여해 연구결과를 공동으로 분석했다. 국내 연구팀은 내부궤적검출기의 업그레이드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온라인판에 17일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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