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이병」사실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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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남 온산공업단지의 임해어촌 주민 5백여명이 사지와 허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름 모를 병으로 앓고 있다는 소식은 다시 한번 공보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을 일깨운다.
괴병을 앓고 있는 지역은 온산l업단지의 공장폐수가 흐르는 하천과 바다주변이 경남 울주군 온산면 이율·당월·원포·완봉·우봉리등 7개 부락이라 한다. 이곳 주민들이 중앙일보촌에 찾아와 호소하는 내용을 보면 이 흰자들은 2∼3년전부터 팔과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가이통증이 차차 아래로 내려가 허리와 무릎 다리까지 번졌으며 심할 때는 현기증이 나고 밤잠을 못잘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다.
이들 환자들은 울산시내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으나 뚜렷한 병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그 증상으로 보아 공해병「이따이 이따이」병의 초기증상과 흡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온산1단내 7개 공장의 폐수가 대일하천을 끼고 바다로 흐른다.
이부근 바다에서 나는 패류는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어 먹지 못하게 된지가 오래이다. 온산공업단지 안에는 비철금속·펄프·정유·화학등 모두 7개 공장에서 하루 5만여t의 폐수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관계기관의 이부근 해안오염도조사에서 납이 허용치의 4배 이상, 카드륨은 4.5배 이상으로 나와 심한 중금속에 오염돼 있음이 밝혀진바 있다.
주민들 우려하는「이따이 이따이」병이란 공해법의 일종으로 중금속인 카드륨이 몸에 쌓이면 만성중독 증상으로 나타나는 치명적인 병이다. 공장폐수로 오염된 강의 물고기나 오염된 농업용수를 사용한 공장물을 섭취하면 발병한다.
60년대 일본에서 삼정금속의 한광업소에서 배출된 카드륨에 의해 발병하여 큰 사회문제가 됐던 이변은 초기에는 사지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다가 몇년 혹은 10년쯤 지나면 보행이 어려워지다 골격에 변화가 오고「이따이 이따이」(일본말로「아프다」는 신음) 를 호소하다 결국은 죽게된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이병에 의한 사망자는 1백23명은 그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도 1백70영이 앓고 있고 1천여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한다.
환자와 유족들이 삼정금속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6차례의 재판끝에 원고승소판결을 받았었다. 이사건은 주민층이 재판에서 기업측을 이긴 일본 최초의 재판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온산공장주변 어촌주민의 경우 집단적으로 발생한 괴질의 정체에 대해 확실한 진단이 아직 없다. 법원에서는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기도 하나 집단발생으로 보아 다른 병같다』는 엉거주춤한 추측으로 그치고 있다.
정부보건부국은 하루 속히 현지에 역학조사반을 파견하여 이괴질의 정체를 밝혀내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다. 그리고 그 원이어 공장폐수에 의한 질병임이 확실해지면 그 책임과 보상문제도 제기 돼야할 것이다. 우리의 환경보전법에는 분명히 공해배출의 규제와 이를 위반한 업체에 대한 제재가 규정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폐수는 배출되고 하천과 토양은 중금속에 오염되고 있으며, 인명피해까지 나타나고 있음은 웬일일까. 온산의 경우에는 눈에 띄는 증상으로 나타나 문제가 됐지만 자기도 모르게 중병을 앓고 있는 공장주변의 주민은 또 얼마나 될까 짐작 못할 바가 아닌 것이다.
문명은 진보하고 발달하면 그럴수록 재해는 그만큼 심해지고 커진다. 재해도 진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문명을 누리는 그큼 새해에 대한 인식과 방어능력도 강화해야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이 원인규명과 대응책이 강구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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