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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17세 때 기록 깬 일본 혼혈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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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검은 피부에 일장기를 달고 트랙에 선 청년이 있다. 그는 세계적인 스프린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렸다. 첫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일본의 16세 스프린터 압델 하킴 사니 브라운이다.

 사니 브라운은 25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예선에 나섰다. 사니 브라운은 1999년생으로 전 종목 통틀어 대회 최연소 선수로 참가했다. 예선 4조에서 올 시즌 이 종목 세계 1위(19초57)이자 대회 100m 2위에 오른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과 함께 달렸다.

  9번 레인에 선 사니 브라운은 중반 이후부터 스퍼트를 내면서 20초35를 기록하며 게이틀린(20초19)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첫 성인 세계선수권 출전에서 준결승까지 올랐다. 200m 준결승은 26일 열린다.

 사니 브라운이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던 건 지난달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그는 지난달 20일 콜롬비아 칼리에서 끝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17세 이하 참가) 남자 200m에서 20초34를 기록해 금메달을 땄다.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 기록(20초50)도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가 이 대회 200m에서 메달을 딴 것도 처음이었다.

 특히 사니 브라운은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가 17세 때 보유했던 대회 종목 최고 기록(20초40)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1996·2000년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메달 4개를 땄던 아토 볼든(42·트리니다드토바고)은 “사니 브라운이 달리는 모습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볼트가 100·200m 세계신기록을 세울 때와 닮았다”고 극찬했다.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니 브라운은 축구를 하다가 10세 때 육상에 본격 입문했다.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이사한 뒤 대학 부설 사립학교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고교생임에도 좋은 신체 조건(키 1m87cm)과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공식 대회에서 100m 10초45, 200m 21초09를 기록했던 사니 브라운은 올해엔 100m 10초28, 200m 20초34까지 기록을 끌어올렸다. 1년새 100m는 0.17초, 200m에선 0.75초를 단축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그의 성장을 도왔다. 힙합과 랩을 좋아하는 그는 세계청소년대회 2관왕에 오른 뒤 “언제나 자신있게 달리려고 한다.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 2개를 모두 땄다”고 말했다. “달릴 때 늘 즐거워야 한다”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는 볼트와 흡사하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사니 브라운을 ‘육상의 괴물’로 부르고 있다. 경기 후 만난 사니 브라운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기를 늘 꿈꿔왔다. 이 순간을 즐겼고, 좋은 결과가 나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간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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