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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남자의 불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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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이 정도 해도 문제 없는 거야?” 대학생 아들의 성적표를 본 날 ‘통 큰 아빠’ 코스프레로 차분하게 물었다. “뭐 별로 … 교환학생 가는 데 좀 지장이 있으려나.” 태연한 대답에 솟구친 가슴 속 ‘울컥’을 감추고 극히 이성적으로 다시 물었다. “성적을 더 잘 받기는 힘들어?” 아들이 답했다. “남자애들은 대충 이 정도야. 여자애들이 워낙 시험을 잘 보니까.” 아이는 여학생들에게 밀리고 치이는 현실 속에 있다.

 며칠 전 발표된 2015학년도 수능시험 분석 결과를 보면 남학생들의 점수가 여학생들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표준점수로 국어B는 평균 5.4점, 영어는 평균 3.8점이 낮다. 남학생들은 강세를 보였던 수학에서도 추월당했다. 수능 점수의 영향이 적은 대학 수시모집에서도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불리하다. 자기소개서와 구술면접에서 여학생들이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이다. 요즘 남학생은 힘으로 하는 것 말고는 여학생보다 잘하는 게 거의 없다.

 심지어 남자들은 일찍 죽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낸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은 한국 여성에 비해 기대수명이 6.6세 적다. 여자가 더 오래 사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나 우리는 그 격차가 큰 편에 속한다. 그간 남성 단명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됐다. 유전자적으로 하자가 있고, 육체적 활동에 의한 사고사가 많고, 심장·혈관계 질환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오래 사는 면에서 여성보다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연구 결과 중에는 뇌 구조상 남성이 위험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져 무모한 짓을 많이 한다는 것도 있다. 유년기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 뛰어내리고, 조금 자라면 과속 운전을 하고, 나이가 더 들면 옆 여성에게 ‘뻘짓거리’ 하다가 ‘사회적 사망’에 이르는 것을 보면 꽤 설득력이 있다. 몸에 해로운 음주·흡연에 남자가 앞장서는 것도 이로써 해석이 된다.

 게다가 한국 남성은 한국 여성에 비해 동성 간의 경쟁에서도 뒤떨어진다. 여성 골퍼들은 LPGA 우승을 밥 먹듯 하는데, 남성 골퍼들은 PGA 우승을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두 달 전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남자 대표팀과 달리 가뿐히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외국에 가 보면 이성이 느끼는 매력 면에서 한국 남성은 찬밥 신세다. 한국 여성은 그 반대다. 그러니 한국 여성들에게 부탁한다. 이 천방지축의 남자들이 분별 없이 굴어도 긍휼히 여겨달라고.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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