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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사법정의는 죽었다"…서울구치소 수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뉴시스]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수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2년이 확정된 한명숙(71) 전 국무총리가 24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한 전 총리는 수감 되기 전 “사법정의는 죽었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35분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위아래로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전 총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담한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0여명과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나와 한 전 총리를 배웅했다. 이들은 “양심의 법정에서는 무죄”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믿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과 백합을 들고 한 전 총리를 응원했다.

한 전 총리는 “진실은 그 시대에 금방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때 그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는 것”이라며 “오늘 사법정의가 이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위해 상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의의 칼날이 있을 수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싸우겠다“며 “(한 전 총리가)돌아오시는 날을 저희가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치고 한 전 총리는 1시 58분쯤 서울구치소 정문으로 들어갔다. 지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한 전 총리를 응원했고 일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정문 안까지 함께 들어가 한 전 총리를 배웅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0일 대법원 판결때 전체 의원들을 소집했던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율적으로 참석한다”는 결론을 내면서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표 등 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별도로 배웅하고 이날 서울구치소 현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했지만, 원내대표 자격이 아닌 ‘신공안탄압저지대책위원회’의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했다. 최고위원 중에는 유승희 의원만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연합이 한 전 총리에 대한 배웅행사를 축소한 이유는 “대법원 판결에 불복한다”는 역풍과 북한의 포격 도발 상황에서 정쟁을 일으킨다는 비판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원내 핵심 당직자는 이날 “나는 최고위에서도 구치소 배웅을 비롯해 대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당 차원에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도 “남북 대치 상황이 고려됐고, 보수단체들이 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한다는데 당의 입장과 무관하게 물리적 대치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됐다. 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공개 발언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언급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승희 최고위원이 “여당무죄 야당유죄인 현 상황을 개탄한다. 대법원의 보수화가 심각하다”고 짧게 언급한 게 전부였다.
새정치연합은 대신 27일로 예정된 이기택 대법관 청문회를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문제를 집중 부각하기로 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이번 판결이 대법관의 보수화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청문회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이 후보자는 ‘서울대, 50대 남성, 고위직 판사 출신’라는 전형적 패턴 따른 인사”라며 “청문회서 대법관 구성 다양화 문제 공론화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 83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20일 확정했다. 당초 검찰은 다음날인 21일 형을 집행하려 했지만 한 전 총리 측이 연기를 요청해 “24일 오후 2시까지 서울구치소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한 전 총리는 형집행이 연기된 지난 주말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한 전 총리는 일단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교정당국의 수형자 분류절차를 거쳐 교도소에 이감될 예정이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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