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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성사된 줄도 모르고 기싸움 한 여야 정치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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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모처럼 초당적 협력을 했다. 그런데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여야는 22일 북한의 도발에 따른 위기 상황이 고조되자 남북 대화를 촉구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여야 합의문 발표후 5분 뒤 청와대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를 알렸다. 이에 따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정부 당국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미 하루 전인 21일부터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안을 주고받은 끝에 22일 오전 남북 고위급 접촉을 성사했다.

여야의 대표 회담 물밑 작업은 21일 오후 시작됐다. 문재인 대표는 21일 오후 박광온 비서실장을 통해 새누리당에 북한 포격에 따른 여야 공동입장을 촉구하는 회담을 제안했다. 이를 받은 김학용 당 대표 비서실장은 김무성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때부터 양측간의 합의문 작성 협상이 본격화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남북회담 촉구 요구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이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여야 공동합의문에 넣을 수 없다고 거부하는 진통을 겪었다. 대치 상황은 회담 시간을 3시간 앞둔 22일 낮 12시까지 계속됐다. 양당 고위관계자 모두 "협상 난항, 회담 성사 안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후들어 급물살을 탔고, 오후 3시 예정됐던 회담이 30분 앞당겨졌다. 언론에 배포한 합의문에는 남북 회담 촉구가 들어있었다. 양당 대표가 회담장을 빠져나갈 때는 기자로부터 "회담이 성사됐는데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무성 대표는 남북회담 성사 소식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좋은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라겠다"며 환영했다. '회담 성사 소식을 사전에 연락을 받았나'라는 질문엔, "노코멘트"라고 입을 닫았다.

문재인 대표는 "우리 당이 어제 제안했던 방안이 받아들여진 것이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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