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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삼성전자 취직 말라면서 삼성 노트북 쓰는 전북교육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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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승환(62·사진) 전라북도 교육감이 일으킨 ‘교육기회 제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엔 ‘취업기회 제한’ 논란으로 번졌다.

 논란은 김 교육감이 삼성사회봉사단의 ‘삼성 드림클래스 여름방학 캠프(이하 드림캠프)’ 모집 요청을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사교육 기회를 접하기 힘든 농어촌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일종의 과외 지도를 하는 캠프다. 올여름 캠프를 앞두고 삼성이 참여 학생을 모집해 달라고 했을 때 김 교육감은 “삼성의 기업 이미지를 주입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거절했다. <본지 8월 19일자 29면>

 지역에선 “아이들 교육 기회를 교육감이 빼앗았다”는 반발이 나왔고,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맞대응했다. “삼성의 이러한 일(드림캠프)을 가리켜 굳이 ‘선행’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삼성은 이 사업을 수행하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삼성의 이미지와 함께 ‘나는 삼성의 혜택을 입은 자’라는 의식을 심어 준다”는 등의 내용이다. 김 교육감은 또 페이스북에서 “전북교육청이 삼성과의 관계에서 거부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약 3년 전부터 관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우리 전북 지역의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해 놓았다”고 밝혔다. ‘취업기회 제한’ 논란이 불거지게 된 대목이다.

 대부분 시민들은 반발 댓글을 달았다. “학생 취업 기회를 교육감께서 왜 막느냐. 월권행위다” “삼성에 취업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자신의 이념에 빠져 다른 이에게 지시하거나 제한할 일이 아니다”는 등이었다. 김 교육감이 국정감사장에서 삼성전자 노트북을 사용하는 언론 사진을 올려놓고 “나쁜 기업 삼성 노트북 쓰시네요”라고 한 시민도 있었다. 김 교육감은 한 댓글에 답글을 달고 “(재벌이) 온갖 추악한 가면을 쓰고 국민을 기만한다”고도 했다.

 본지가 문의한 결과 각 학교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등에 취직시키지 말라는 공문이나 전화는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4월 일선 학교에 ‘현장실습 파견 유의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내 ‘반도체 등 위험물질에 노출되는 업무에 파견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강영수 전북도의원은 김 교육감의 페이스북 글에 대해 “교육과 취업 등 아이들의 장래를 떠맡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김 교육감은 앞서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해서도 도의회의 비판을 받았다. “누리과정(3~5세)은 정부 책임인데 교육청에 떠넘긴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서였다. 페이스북에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 경비로? 백날 해봐라. 무시해 주마”라고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당시 한완수 도의원은 도정질의에서 “교육감의 원칙과 소신이 불통과 고집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6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교육청을 찾아와 설득한 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

 김 교육감은 일부 자립형사립고를 지정 취소하려다 교육부와 맞섰고, 교육부의 전교조 전임자 학교복귀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고 대립하기도 했다.

 김 교육감은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은행에 다니면서 건국대 행정학과 야간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에서 법학 박사를 받고 전북대 법대 교수가 됐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냈으며, 2010년 교육감에 당선됐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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