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술, 드라마가 좋아…2040대 남성 관심사 '여성스럽네'

남성들이 한층 여성스러워졌다. 외모가꾸기나 패션뿐만 아니라, 취미와 관심사까지 여성스러워졌다.

20일 제일기획의 빅데이터 분석조직인 ‘제일 DnA센터’가 20~49세 디지털 패널 7000명을 대상으로 저도주(순한술)·드라마·인테리어 관련 검색어 데이터 1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남성들이 동년배 여성들보다 더 많이, 더 자세히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세 가지는 지금까지 주로 여성들의 관심사라고 여겨졌던 키워드들이다.

주류 업체들이 여성 고객을 겨냥해 출시한 저도주(低度酒)의 경우 남성은 1121건(58.5%), 여성은 795건(41.5%)으로 남성의 검색량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3~7월 모바일 기기로 직접 검색한 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20~40대 모두 남성의 ‘저도주’ 검색량이 여성을 앞질렀으며 20대 남성의 ‘저도주’ 검색량(552건)이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제품명만을 검색하는 경향이 높았지만 남성은 제품명·판매처·제조법·가격 등 실질적인 속성까지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TV 드라마도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20~40대 전체 연령대에서 남성의 드라마 검색어 비중이 작년 동기 대비 증가했는데, 특히 30대 남성은 드라마 검색량(6145건)이 여성(4297건)의 검색량을 크게 앞질렀다. 20대 남성의 ‘드라마’ 관련 검색량 (6521건)역시 20대 여성(9594건)의 뒤를 이어 이 두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올 상반기에 방영된 '프로듀사' '전설의 마녀' '풍문으로 들었소' 등 19개 드라마 관련 키워드 3만2000여 건을 분석했더니 여성은 주로(80% 가량) 배우나 캐릭터 등 인물과 관련한 검색에 집중한 반면 남성은 인물 뿐만 아니라 특정 회차 정보, 티저, OST(음악) 등을 고루 검색했다. 남성은 스토리 전개와 OST 다시듣기 등 드라마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관심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정돈이나 장식에 능숙할 것이라는 통념도 깨졌다. 제일기획이 조사한 올해 3~7월 인테리어 관련 검색어 데이터에서는 남성의 인테리어 관련 검색량이 여성보다 조금 더 높았다. 특히, 전년동기 대비 여성의 검색량이 40.8% 증가(1만817건→1만5229건)한 데 비해 남성은 2배 이상 증가(7404건→1만5295건)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40대 남성이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인테리어 관련 내용을 더 검색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은 ‘DIY(직접조립)·가격·색감’의 빈도가 높았으며 여성은 ‘매장·교육·특정공간’ 검색 비중이 높았다. 여성이 인테리어를 실용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는데 반해, 남성은 직접 만들거나 조립하는 취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제일 DnA 센터장 지현탁 마스터는 “이번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기존 타깃에 대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타깃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성숙되고 포화상태에 이른 현재 시장 상황 속에서 소비자의 진짜 관심사가 반영된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숨어 있던 의외의 타깃을 찾아내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