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이나 쇼크’가 별거 아니라면서 위기관리 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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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중국 증시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 18일 6% 넘게 급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어제도 장중 한때 5% 이상 떨어졌다. 장 막판 1.2% 오르며 장을 끝냈지만 불안감이 가셨다고 볼 순 없다. 국내 증시는 연 이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1940선을 내줬고 코스닥은 이틀간 7% 넘게 하락했다.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증시의 불안은 이제 만성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증시는 6월 중순 5100선을 돌파한 뒤 몇 차례에 걸쳐 계단식 급락을 경험했다. 지난달 초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에 힘입어 안정되는 듯했지만 또다시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가 취해 온 금리 인하, 환율 조정 같은 강수들도 한계를 드러냈다.

 파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번질 수 있다. 증시 불안이 중국의 실물경제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첫째다. 안 그래도 중국 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6.8% 성장해 1990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판매나 전력 생산이 줄어드는 등 내수가 위축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증시 불안이 이런 상황을 부추긴다면 세계 경제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발 침체가 신흥국 경제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뒤 신흥국 통화 가치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통화는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다. 브라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처럼 중국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정책이 이들 국가의 위기를 가속시킬 수 있다.

 파장이 진정되지 않을 때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다른 나라보다 더 크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해외 주식 투자의 40%를 차지한다. 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주요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위안화가 미 달러 대비 10% 절하될 경우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9%포인트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성장률이 0.17%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국 증시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렇게 느슨한 상황 인식으로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그래도 한국 경제는 3저 호황, 중동 특수 같은 돌파구나 반도체·자동차 같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불안이 겹치면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위기의 전염 경로인 외환시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차이나 쇼크’가 증폭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경제 체질 강화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