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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고물 챙긴 '별들의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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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군(軍)이 발주한 인천국제공항 경계시설 공사와 관련해 전.현직 육군 장성들이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무더기로 뇌물을 받았음이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인천공항 주변 철조망 및 군 숙소 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전 국방부 시설국장 申모(57)씨를 구속하고 전 국방부 합동조사단장 金모(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미 다른 사건으로 복역 중인 전 한미연합사 공병부장 李모(57)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추가했다. 申씨 등 세 사람은 모두 예비역 소장이다.

경찰은 또 장성 2명과 영관급 장교 1명 등 현역 군인 3명을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이첩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돈을 건넨 현대건설 金모(54)상무보를 구속하고, 달아난 양모 상무보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총 3백5억원 규모의 이 공사를 2000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진행해 왔다. 경찰 조사 결과 申씨는 공사 시작 전인 2000년 3월 金상무보로부터 건설공사 중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는 등 세차례에 걸쳐 3천1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金상무보는 협력업체인 G토건까지 끌어들여 2000년 1월 공병부장이던 李씨에게 6천만원을 전달케 했으며, 2001년 4월에는 군 수사기관인 합조단의 金단장에게 잘 봐달라며 직접 2천만원을 줬다.

국방부에 이첩된 朴모(54)준장은 2001년 3월 육군본부 재직시 1천5백만원을, 金모(54)대령은 ○○부대 재직시 1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육군소장 J씨도 함께 이첩됐다.

경찰은 특히 朴준장과 金대령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기록된 현금전표의 서명란에 김윤규 당시 현대건설 사장(대북 송금 의혹사건 관련 불구속 기소) 등 회사 고위 간부의 서명이 적혀 있음이 확인돼 조만간 金전사장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金상무보의 수첩에서 군 고위 관계자 3~4명의 이름이 추가로 발견된 데다 구속된 申씨가 전직 육군참모총장 모씨에게 2000년 5월 1천만원을 줬다고 진술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현대건설 金상무보가 G토건 李모회장에게 군인공제회 발주 토목공사를 하도급주면서 대가로 4억5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실도 밝혀냈다.

한편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다른 대형 관급공사에서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뿌린 흔적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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