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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이사회 8명 중 7명 사외이사 … 사실상 대표 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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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2년 민영화된 KT&G의 지배구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진 전 대표가 검찰의 횡령 및 배임 의혹 수사로 자진 사퇴한 게 계기가 됐다. 그의 5년여 재임 기간 중 검찰·경찰 수사, 국세청 조사 등이 이어졌는데 사외이사 위주로 짜인 이사회가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KT&G의 등기임원 8명 가운데 사외이사는 7명이다. 이사회의 내부 출신은 민 전 대표 한 명으로, 그가 사퇴한 이후 KT&G 이사회는 사내인사는 한 명도 없이 전부 사외이사만으로 채워진 셈이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사회 구조다.

 이는 3명이던 KT&G 출신 등기이사가 2010년 민 전 대표 취임 이후 한 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2013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단독으로 사장에 응모한 민 전 대표의 재선임을 승인했다. 당시 인삼공사 제2노조는 “사추위 위원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민 대표가 영입했거나 임명한 인물들이어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 중 사측 인사는 민 전 대표 혼자이다 보니 ‘1인 체제’에 대한 논란이 컸다”며 “그에 반발하는 세력에서 각종 투서가 난무했고 이를 토대로 여러 수사가 이뤄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예스맨’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 전 대표가 취임한 2010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상정된 이사회 의결 사항 129건(내부 위원회 안건 제외) 가운데 사외이사의 반대로 원안이 부결된 안건은 한 건도 없었다. 직접적인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2010년 당시 김종훈 사외이사(총 2번)가 유일하다. 수정의결·보류 등 사외이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안건도 5건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KT&G의 사외이사는 대부분 정치권·관료 출신이 맡았다. 사외이사가 정부 및 정치권으로부터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의 연봉은 7200만원. 2010년 5760만원에서 25% 인상됐다.

 한 KT&G의 전직 간부는 “차기 사장과 사외이사를 뽑을 때 형식적으로는 헤드헌터 회사 추천 등의 과정을 거치지만 사실상 기존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선임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지난 13일 KT&G의 협력·하도급 업체 7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거래 내역과 회계 장부 등을 분석하며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이어 가고 있다. 검찰은 KT&G에 담뱃갑을 납품하는 S사와 담배 필터용 종이를 납품하는 U사·J사가 납품 단가를 부풀린 뒤 차액을 KT&G에 리베이트로 제공한 단서를 잡고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또 이들 협력업체의 핵심 임원들이 KT&G 출신인 점에 주목하고 민 전 대표 등 경영진과의 유착 여부를 캐고 있다. 민 전 대표가 비자금을 조성해 2013년 연임 로비에 사용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KT&G 측은 “사외이사들은 각 분야의 명망 있는 전문가로 구성했고, 이사회는 엄정한 절차를 거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경영 판단을 하고 있다”며 “민 전 대표에게 제기된 의혹은 음해성 제보가 대부분이며, 과거 검·경찰이 수사를 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서복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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