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소셜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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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모임에 가볼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임을 주도하고, 남들이 참여해 달라고 초청장을 보내는 색다른 모임에 쉽게 합류할 수 있다. 하루 만나고 헤어지는 모임이어서 지속적인 관계를 기대할 순 없지만 주제가 뚜렷한 모임을 찾으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함께 모여 콘서트를 관람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물품 제작까지 할 수 있다.

뮤지션 집에서 라이브 음악 감상
뮤지션이 자신의 집을 소규모 콘서트장으로 꾸민다. 뮤지션은 개인 SNS에 시간과 장소를 올리고 참여자는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다. 보통 정해진 관람석이 있는 대규모 콘서트와 달리 거실, 부엌, 방 같은 집안 전체가 관람석이 된다. 음악 연주가 끝난 후에는 뮤지션이 참가자와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저녁을 먹기도 한다. 대표적인 모임으로 혼성밴드 그룹 뷰티핸섬의 드러머 만두채플린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루프탑바머스’가 있다. 집 옥상을 개방해 연주한다. 공연 일정은 드러머 만두채플린의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며 콘서트를 진행하는 모임도 있다. 모임 ‘홈메이드 콘서트’는 서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중 한 곳을 선택해 뮤지션 콘서트를 진행한다. 모임의 장소와 뮤지션은 매번 바뀌므로 모임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확인한 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전문가와 악기 연주, 엽서 만들기
특정한 악기나 기술이 배우고 싶다면 전문가가 기획하는 모임을 찾을 수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모임 중 하나로는 ‘우쿠렐레 하루 배워 한 곡 연주하기’가 있다. 이 모임에서는 우쿠렐레를 빌려주고 연주 방법을 알려준다. 모임에 참여한 송영아(28)씨는 “본격적으로 비싼 수강비를 주고 학원에 가기 전에 미리 연주하고 나에게 맞는 악기인지 판단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캘리그래피 엽서 만들기’ 모임도 눈길을 끈다. 짧은 시간에 전문가로부터 캘리그래피를 배우고 직접 엽서를 만든다. 한 번만 배우면 언제 어디서든 멋진 글씨를 쓸 수 있어 20~30대 여성에게 인기다. ‘캘리그래피 엽서 만들기’의 모임지기는 “소셜 모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어렸을 적 꿔 왔던 꿈을 연상시켜 주는 모임에 가길 추천한다”며 “디자이너를 꿈꿨던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 됐지만 소셜 모임을 통해 캘리그래피를 배워 지금은 모임을 직접 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카롱·도자기 함께 만드는 재미
모임이 끝난 후 두 손이 무겁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건이나 음식을 만드는 모임은 전문가에게 기술을 배울 뿐만 아니라 평소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물품을 직접 제작하고 기념품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카롱을 만드는 모임인 청춘여가연구소의 '마카롱 공방'은 이번 달까지 80여 번의 앙코르 모임을 열었다. 모임에 참석한 주부 김유경(43)씨는 “레시피를 보고 혼자 집에서 만들 때는 모양을 잡고 건조시키기까지 힘든 점이 많았는데 모임에서 전문 주방기기를 사용해 함께 만드니 쉽고 재미있다”며 “참가비는 3만원이었는데 포장해 가는 마카롱이 5만원 어치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방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도자기로 기분전환’ 모임도 있다. 공방을 혼자 찾아 도자기를 만들면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이 모임에서는 재료비·장소비 같은 최소 비용만으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임에 참가한 김수진(29·여)씨는 “스스로 만드는 D. I. Y.(Do It Yourself) 시대에서 함께 만드는 D. I. T(Do It Together)시대가 된 것 같다”며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드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일 자원봉사·자선공연에 보람
정기적으로 시간이 나지 않아 봉사 활동을 포기했던 사람에게 추천한다. 봉사 모임 역시 하루 동안 진행되는 형태로 ‘유기견 자원봉사’ ‘아이와 미술관 가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봉사 모임인 ‘브레멘음악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소셜 모임 ‘브레멘음악대’는 청춘여가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모임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배우려는 사람이 모여 함께 악보를 공부하고 연주해 자기개발을 하고, 또 그 하모니를 사회 사각지대와 주변 청년을 응원하는 데에 쓰자는 목표를 두고 있다. 모임 단원은 ‘브레멘음악대’의 공식 SNS로 모집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문의 받는다. 첫 번째 공식활동으로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찾아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으로 놀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달부터는 노숙자의 자립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의 판매원을 돕는 거리 연주를 하고 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서보형" 객원기자, 각 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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