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956년 독도 등대엔 선명한 R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산악 사진가 김근원이 1956년 7월 독도에서 찍은 등대(큰 사진). ‘ROK(대한민국)’ 세 글자가 선명하고 왼편 문에 독도 등대 현판, 울릉도 성인봉과 짝을 이룬 성걸봉 한자(작은 사진)가 보인다. [사진 김상훈]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일러주는 사진이 새로 발굴됐다. ‘산악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근원(1922~2000)이 1956년 7월 독도 동도(東島)에서 찍은 등대와 울릉경찰서 독도경비대 사진이다. 한국산악회 하기 울릉도·독도 등반에 동행한 김 작가가 찍은 이 기록물은 현재는 없어진 시설물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1954년 8월 10일 점등한 등대는 당시 해무청 시설국에서 동도 최고봉에 설치한 무인 등대였다. 석유를 때 일으킨 불로 뱃길을 밝히는 동해 끝단의 길잡이였다. 철제 사다리 쪽 면에 선명한 ‘ROK’ 세 글자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웅변하고 있다. 더 중요한 글자는 그 왼쪽 문에 새겨진 세 글자다. ‘독도 등대’ 현판이 붙은 아래쪽 철판 문에는 ‘聖傑峰(성걸봉)’이란 한 자 세 자가 새겨져있다. 당시 독도를 지키던 ‘울릉경찰서 독도경비대’가 울릉도 최정상인 성인봉(聖人峰)에 맞춰 작명한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사가인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등대는 해양 안전과 자국 관할을 위해 설치하는 영토 표시 시설물”이라며 “대한민국의 독도 수호 의지와 경비 체제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성인봉과 성걸봉의 이름 조합을 증명해주는 희귀 자료다. 없어진 시설물을 이처럼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진이 발굴된 건 광복 70주년의 쾌거”라고 말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