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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지글지글 ‘삼겹살 거리’ … 하루 1만여 명 북적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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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침체됐던 서문시장은 2012년 삼겹살 골목이 조성되면서 활기를 되찾게 됐다.

충북 청주 서문시장은 이른바 ‘골목형 시장’ 사업 아이디어가 탄생한 곳이다. 서문시장에는 삼겹살 거리가 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고기 굽는 소리로 시끌벅적한 골목이다. 4년 전만 해도 서문시장 유동 인구는 하루 100명도 채 안됐다. 2012년 삼겹살 거리가 조성되고서 하루 2000~3000명, 최대 1만 명이 찾는 명소로 거듭났다. 청주 서문시장이 자랑하는 ‘삼겹데이’가 열린 지난 3일. 삼겹살을 두고 한바탕 승부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week&이 찾아갔다.

고깃집이 밀집한 충북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 골목.

삼겹살에 ‘원조’가 있을까. 전국 어디서나 즐겨먹는 삼겹살을 두고 자신의 ‘향토음식’이라 목소리를 높이는 지역이 있다. 충북 청주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설명을 들어보니 꽤 그럴싸했다.

청주시청은 ‘시오야끼(소금구이)’ 문화를 유력한 근거로 제시했다. 예부터 청주에선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려 구워먹는 요리를 시오야키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다. “1960년대 현재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2 가에 ‘만수집’ ‘딸내집’ 등 시오야키 가게가 있었다”는 청주 토박이들의 증언도 있다. 어쨌든 삼겹살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전부터 생고기를 불판에 굽는 음식문화가 청주에 자리를 잡은 것은 인정할 만했다.

이와 같은 역사를 바탕으로 청주시는 ‘삼겹살특별시 청주’를 외치고 있다. 그 삼겹살특별시의 심장과 같은 곳이 서문시장이다. 서문시장은 청주 최대 번화가인 상당구 서문동에 1964년 개장한 전통시장이다. 청주 최대 상권을 자랑했지만, 98년 시장 맞은편 청주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흥덕구 가경동으로 이전한 뒤로 손님이 급격히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3년 옛 버스터미널 부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섰습니다. 150여 명에 달했던 시장 상인은 2010년 10명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2011년 남은 상인들이 합심해 삼겹살 거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 2012년 3월 3일 삼겹살 거리를 개장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겹살 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많게는 하루 1만 명이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삼겹살이 상인에게는 ‘금겹살’과 같다”는 김상돈(62) 서문시장 상인회장의 말이 이해됐다. 서문시장에서 식당을 하겠다는 이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삼겹살 거리가 조성될 때 8개에 불과했던 고깃집이 현재 14개로 늘었다.

각양각색 불판을 들고 있는 서문시장 상인들

week&이 서문시장을 방문한 3일, 오후 6시가 넘으니 삼겹살 거리의 식당에 손님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날은 식당 6∼8곳에서 삼겹살을 2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삼겹데이’였다. 매달 3일 삼겹데이가 돌아오면 서문시장은 북적북적한 하루를 맞는다. 삼겹데이 덕분에 청주에서는 계모임 날짜가 매달 3일로 바뀌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단다.

간장에 고기를 재워 먹는 청주식 삽겹살

삼겹살 식당이 모여 있는 것 말고도 삼겹살 거리에는 특별한 게 하나 더 있다. 이금순(61) 서문시장 상인회 총무는 “삼겹살 거리에서는 수입 돼지고기나 냉동육이 없다. 14개 점포 모두가 청주산 생고기만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고깃집마다 선홍빛 살코기 위로 하얀 지방이 선명하게 그어진 삼겹살을 내보이며 자랑했다. 서문시장에서 맛본 삼겹살은 쫀득했고 고소했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

삼겹살 거리는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을 1만원으로 통일했다. 그렇다고 모든 식당의 음식 맛이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금물이다. 식당마다 고기를 굽는 ‘불’과 ‘판’이 다르다. 당연히 맛도 다르다. 이를 테면 충주생돌구이(043-253-0531)는 점포 이름처럼 돌판에 삼겹살을 굽는다. 굽기 전에 대파·생강·무를 넣고 달인 간장에 고기를 살짝 적신다. 고기 누린내가 없고 맛이 깔끔했다. 금순이은순이(043-256-5230)는 톱밥을 뭉친 알갱이를 태워 고기를 익힌다. 고기에서 훈제향이 났다. 연기가 불판 밑으로 빠지는 화덕을 써서 옷에 냄새가 배지 않았다. 심지어 금으로 코팅된 황금불판(서문축산물생삼겹살)을 쓰거나, 옥수수를 태우는 열기로 고기를 익히는(옥수수로 고기굽는 집) 실험적인 식당도 있었다.

서문시장은 이제 돼지고기 먹거리 타운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김상돈 회장은 “삼겹살뿐만 아니라 돼지고기의 모든 부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정보=청주 서문시장은 서울시청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에 내리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오송역에서 시장까지는 택시로 20분 정도 걸린다. 서문시장은 매월 3일 ‘삼겹데이’ 이벤트를 진행한다. 식당 6∼8곳에서 삼겹살 1인분을 8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마술공연·떡메치기 등 문화·체험 행사도 열린다. 시장에 주차장이 없다. 시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CGV청주 서문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낫다. 삼겹살 거리에는 7만원 이상 결제하면 CGV 주차권을 무료로 주는 식당도 있다. 서문시장 상인회 043-253-0531.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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