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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노숙자 명의로 유령업체 세워 세금 탈루한 일당

중앙일보

입력

독거노인,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탈루하고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령회사를 만든 뒤 땡처리 의류업자 등에게 유령회사의 카드단말기를 대여해줘 세금을 탈루하고 수수료를 받아챙긴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로 채모(32)씨와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 전무이사 박모(58ㆍ여)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조모(50)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또 유령회사 대표로 등록된 이모(69ㆍ여)씨 등 12명을 명의를 빌려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 등 일당은 독거노인 등의 명의로 만든 22개의 유령회사를 브로커 이모(59)씨로부터 개당 500만~1500만원에 사들였다. 이후 채씨는 이들 유령회사를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게 하고 신용카드 단말기를 받아냈다. PG사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중소 쇼핑몰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 가맹점 계약을 맺은 뒤, 신용카드 결제 및 지불을 대행하는 업체다. 채씨 등은 PG사와 가맹점 계약을 할 경우 카드사나 국세청이 실판매자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채씨는 2012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결제 건당 10~11%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유령회사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땡처리 의류업자 등에게 빌려줬다. 땡처리 의류업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을 경우엔 15% 가량의 세금 및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채씨에게 카드 단말기를 대여하고 10~11%의 수수료를 주는 게 유리했다. 채씨는 이런 방식으로 2859억원을 결제해 200억원가량의 수수료를 PG사 전무이사 등 일당과 나눠 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개별 업체가 일반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으면 매출이 국세청 전상망에 매일 등록돼 매출 변동 폭이 크게 늘어나는 등 카드깡이 의심될 경우 조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한다”며 “채씨 일당은 PG사 가맹점의 경우 모든 가맹점 매출이 PG사 매출로 한꺼번에 잡혀 조기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PG사의 불법 카드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 카드 거래시 PG사 사업자번호 뿐 아니라 실제 판매자 사업자 번호를 거래 승인정보에 병기하도록 하고, 카드사는 국세청에 관련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게 해 탈세방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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