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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강정호 “3년 지나면 ML 최고 내야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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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홈런 [사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홈페이지 영상 캡처]

14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도 최근 대형 유격수 품귀 현상을 맞고 있다. 한국 야구를 거쳐 미국 피츠버그에 입단해 첫 시즌을 소화 중인 강정호(28)가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 은퇴한 데릭 지터는 10년 이상 최고의 유격수로 군림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지미 롤린스(LA 다저스)가 그 바통을 넘겨 받았다. 데릭 지터와 지미 롤린스는 지난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했다. 최근 들어 트로이 툴로위츠키(토론토)가 잘하고 있다. 그외 LA 다저스에서 유격수를 본 핸리 라미레스(보스턴)는 수비가 약해 보스턴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즉, 대부분 팀의 유격수는 공격 보다 수비 위주로 기용되고 있다.

그 동안 일본 내야수들도 꾸준히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마쓰이 가즈오(현 라쿠텐), 니시오카 츠요시(한신), 이와무라 아키노리 등이 미국 무대에서 짧게 활약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강정호는 어떤가? 정말 잘해주고 있다. 93경기에서 타율 0.293-9홈런-39타점을 기록하며 잘해주고 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선 밀어쳐서 홈런을 기록하는 등 최근 15경기에서 홈런 4개-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 선수'(타율 0.327-3홈런-9타점)로 선정됐다. 지난 8일, 세 차례나 사이영상을 수상한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떨어지는 커브를 밀어쳐 우전 안타를 만드는 장면에선 다저스 벤치도 놀랐을 것이다.

사실 강정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식사를 한 적 있다. 당시 "감독님,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타율 2할7푼~8푼, 홈런 10개 정도면 성공적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엄청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잘 적응하면 2번타자 정도로 나설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4~5번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로 유격수로 나서고 있는데,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유격수 중에 공격만 놓고 보면 A급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진출 첫해 염려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 3년 정도 지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내야수로 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현재 모습을 보면 파워나 컨택 능력이 좋다. 또 공을 잘 본다. 강정호가 앞으로 공격이나 수비나 대형 내야수로 클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앞으로 특급 유격수로 성장하기 위해선 양 사이드 움직임을 좀 더 민첩하게 보완해야 한다. 또 3루수로 나선다면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하지만 좀 더 장타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올 시즌 몸에 맞는 공이 15개로 많은데 부상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 야구는 박찬호를 비롯, 김선우·서재응·봉중근·류현진 등 주로 투수들이 잘해줬다. 한국이 WBC나 올림픽 등에서 선전했지만 미국 현지에서 설마설마 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강정호가 한국 무대를 거친 야수도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어린 선수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KBO 리그를 거쳐 많은 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정호가 정말 자랑스럽다.

일간스포츠 해설위원·KBO 기술위원장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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